野 저격수들 ‘대기업 옥죄기’ 입법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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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박용진·채이배 의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발의

재계 “19代때 옥죄기法 유사”

20대 국회가 20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야당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어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이들은 19대 국회의 ‘대기업 때려잡기’식 공격에서 벗어나 대기업의 불법·편법을 막고 투명한 경영과 투자를 유도하는 ‘대기업 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안 내용은 19대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결국 ‘대기업 저격수’로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의 대표적인 대기업 저격수는 진보신당 출신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박 의원은 지난 10일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매수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편법 상속·증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또 공익 법인이 출연자나 특수 관계인이 발행한 주식이나 회사채 등을 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박 의원은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기부 한도를 늘리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도 발의 예정”이라며 “대기업들이 공익법인을 이용해 편법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많은 투자와 공익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의 저격수가 아닌 대기업이 올바르게 경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좋은 친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된 ‘원조 대기업 저격수’ 박영선 더민주 의원도 대기업 개혁 법안을 시리즈로 발의하며 입법 경쟁에 나섰다. 박 의원은 개원 이후 대기업의 부당한 경영권 강화를 방지하는 4개의 법안을 일괄 발의했는데 △공익법인 보유 재벌계열사의 지분 의결권을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폐지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자사주 처분 시 주식평등의 원칙에 따라 처분토록 하는 상법 개정안 △자기주식에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경우 법인세를 부과토록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당에서도 ‘대기업 구조개혁’을 외쳐온 채이배 의원이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채 의원은 17일 “기업집단 기준 변경 시 자산 50조 이상 그룹의 해외계열사 공시 및 친족기업 일감몰아주기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며 “친족기업 일감몰아주기 및 해외계열사 공시문제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당대표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 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법(일명 기업살인법)을 재발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야권이 전향적이고 친기업적인 법안을 발의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제 내용을 따져보면 19대 국회 때 발의됐던 기업 옥죄기 법안과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