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코리아’ 공존 넘어 통합으로>민족·문화적 충돌 줄이려면 “한국도 ‘호혜·책임성’ 입각한 다문화정책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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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주민 숫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다. 21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174만1919명으로, 2006년 54만 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국내 인구의 3.4%에 해당한다.

국경과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인구 이주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 대한민국 역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호혜성’과 ‘책임성’에 입각한 캐나다식 다문화정책을 한국사회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모경환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캐나다는 정주를 희망하는 이주민에게 기존 캐나다인과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등 정착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 교수는 “이주민이 국가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국가는 이주민의 자유와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 캐나다 다문화정책의 원칙”이라고 전했다. 모 교수는 “우리 국민은 단일민족, 단일문화의 신념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국민의 지위나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 혈통이나 역사적 기억의 공유를 중요한 잣대로 삼아왔다”며 “국내외로 이주가 증가하는 현시대에 맞춰 국민적 지위나 시민적 권리 부여 기준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다문화교육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법률이 부재하고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관련된 법 제도의 보완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전문가의 육성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캐나다의 다문화주의에 대해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주류적 위치를 전제로 한 ‘한정된 조화와 공존’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캐나다가 국가 통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문화 정책을 활용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캐나다 다문화주의는 국내외적 환경 변화 속에서 국가 통합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배 그룹이 타협한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진석 부산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는 “캐나다 다문화주의가 모든 민족과 문화 주체들의 완전한 평등이 아니라 지배 그룹의 권위를 인정하는 틀 안에서 민족 간 상호 이해와 포용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일부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캐나다가 다문화 국가의 선두로서 국가 정체성과 발전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방적으로 토론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민족 간 충돌이 적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동화가 사회통합 달성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서로 다른 문화 집단 간 이해와 관용을 증진하고 대화의 통로를 열어 소통을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