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촌이 행복시대 이끈다>“떡메치기 신기” 이스라엘 여학생, 인절미 맛보곤 “와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9일 경기 양평군 지평면 가루매마을을 방문한 고려대 한국어센터 외국인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인절미를 맛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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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한국어센터 외국인학생 ‘가루매마을’ 체험

“햇살 한 줌 넣어주세요/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정애정 시인은 ‘4월 비빔밥’이라는 제목으로 위와 같이 노래했다.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농촌체험을 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는 고려대 국제어학원 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175명 외국인 학생들의 표정이 그대로 4월이었다. 버스가 향하는 곳은 경기 양평군 지평면 가루매마을. 햇살이며 새순이며 싹싹 비벼 한 숟가락 딱, 삼킨 듯 생명 넘치는 봄의 한복판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저것 좀 봐.” 버스가 출발한 지 1시간 20여 분 뒤, 가루매마을에 도착할 때가 되자 잠깐씩 눈을 붙이던 학생들은 창밖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루가외(23) 씨는 “지난해 친구들과 동해로 놀러 갈 때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다”며 “중국 시골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집의 모양 같은 것들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대상으로 한 한국 문화 체험 행사는 원래 있었지만, 농촌 체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대에서 평소 강의를 하는 등 인연이 있던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 도농교류팀장 신현동(54) 씨는 “외국 학생들의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길래 한 번 봤더니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도심 명소들 위주더라”면서 “농촌 체험 같은 것은 어떻겠냐고 농촌 체험을 처음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제안이 성사돼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인 학생들이 농촌 체험을 가게 된 것이다.

오전 11시쯤 가루매마을에서 수확한 배를 이용한 ‘배잼 만들기’ 체험이 시작됐다. 잼 만들기의 첫 단계로 학생들은 테이블마다 조각난 배를 가져가 작은 플라스틱 강판에 배를 직접 갈아보기 시작했다. 배잼 만들기 강사가 “강판에 손가락을 너무 가까이 가져가면 배잼이 아니라 ‘피잼’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라며 농담을 던지자 이를 알아들은 학생들이 한바탕 웃기도 했다.

학생들이 전골냄비에 갈린 배를 모아 설탕과 함께 끓이자 달고 향긋한 냄새가 체험장 내부에 진하게 퍼졌다. 학생들은 완성된 잼을 식빵에 직접 발라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곳곳에서 “달아! 맛있어!” 등 탄성이 쏟아졌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티무르(20) 씨는 “강판에 배를 갈고, 끓여서 잼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나중에 만든 잼도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며 기념으로 챙긴 배잼 한 병을 들어 보였다.

마을 길을 따라 위로 조금 걸어 올라가자 그림 같은 한옥과 마당이 나타났다. 고소한 콩가루와 떡 냄새에 집에 들어서기 전부터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인절미 만들기’ 체험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처음 보는 떡메를 들고 어색하게 떡을 내리쳤다. 이스라엘에서 온 수하(여·25) 씨는 “나무로 된 떡메가 생각보다 무겁고 제대로 조절하기가 힘들었다”며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떡에 콩고물을 묻히자 금방 인절미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떡을 썰어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인절미를 처음 본 듯 망설이던 학생들은 몇 개 집어 맛을 본 뒤부터는 떡이 썰리는 대로 허겁지겁 가져다 먹었다.

인절미를 한가득 집어 먹은 뒤였지만 겉절이, 돼지 불고기 등으로 차려진 점심 식탁이 학생들의 식욕을 다시 돋우고 말았다. 학생들은 다시 ‘먹방’을 방불케 하며 식사에 열중했다.

이매월(76) 할머니는 “200명을 생각하고 준비했는데도 부족해서 배식 중에 급하게 더 만들었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가루매마을 체험객들의 점심은 마을에서 재배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이 할머니는 “체험 마을을 하기 전까지는 재배한 채소를 바리바리 싸들고 청량리 경동시장까지 직접 다니면서 팔곤 했다”며 “지금은 내가 재배한 채소가 직접 학생들 입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보람도 더 느끼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어학당에서는 외국인 학생 농촌체험관광의 정기화를 검토하고 있다. 하승봉(56) 농협 회원지원 상무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을 기존 도시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한국농촌의 맛과 멋을 보여 줄 수 있는 농촌체험관광으로 유도함으로써 코리아 이미지 제고와 한국농촌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의 홍보, 판매 등 농촌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며 “외국인 농촌체험관광은 농촌 6차 산업화의 큰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더욱 많은 외국인이 한국 농촌을 방문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농촌관광지가 포함된 외국인 전용 관광상품을 개발·운영해 올해 1만 명의 외국인 체험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점심 이후 인근 딸기 농장에서 딸기 수확 체험까지 마친 학생들 손에는 직접 수확한 딸기가 한 팩씩 들려 있었다. 늦은 오후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학생들은 마음까지 넉넉해진 듯 푸근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