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달라”는 구글, 속셈은 ‘조세 회피’?

구글이 우리 정부가 보유한 지도 측량 데이터의 반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글은 지난 2007년 지도 데이터 반출을 거부당한 이후 지난 1일 9년 만에 우리 정부 측에 데이터 반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우리 정부의 답변 기한은 8월 25일까지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구글에서 제공하고 있는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청와대나 군사시설 같은 국가 안보 시설 지역이 모두 노출돼 있는데, 이 같은 인공위성 사진 정보와 대축척 지도를 결합하면 안보 시설의 정확한 위치와 모습이 인터넷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우리 정부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수년째 거부해왔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도 데이터가 있어야 길 안내, 위치 기반 광고,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등 다양한 지도 기반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유독 상세한 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이 같은 사업 전개에 차질이 빚고 있다. 실제 해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시 구글맵이 제공하는 도보 길 찾기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없으며 국내 사용자들 역시 해당 서비스를 포함, 구글이 제공하는 3D 지도 서비스, 실내 지도 서비스 사용 등은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구글 관계자는 “곧 있을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자국에서 사용하던 지도서비스가 작동을 하지 않으면 많은 불편을 겪을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면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도 정보 해외 반출을 막는 것은 구시대적인 규제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글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특히 남북 대치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오히려 구글의 데이터 반출 시도가 안보의 관점에서 ‘쇄국 정책’ 논쟁으로 흐르는 것은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강하게 요구하는 실제 이유는 바로 ‘서버’에 있다”고 말했다. 지도 서비스는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필요 없이 물리적 서버의 위치를 국내에 두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사실 구글이 국내 정부 당국과 마찰을 빚는 세금 회피, 음란물 방치,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 등 각종 논란은 공통적으로 서버를 한국 내 위치시키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에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으려는 이유를 국내법에 따라 각종 심사 등의 제약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다.

세금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구글은 ‘고정사업장(인적·물적 설비 포함)이 해외에 있는 사업자나 업체에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국내 법인세법의 약점을 이용해 국내에서 영업으로 수익은 챙기면서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위치시킬 경우 우리 국세청이 각종 서비스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구글은 검색광고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장터 등 주요 매출에 대한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