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은행들의 승부수>고객별 빅데이터 구축… 직장·직위만 확인한 뒤 대출해줘

맞춤형 금융상품·서비스 경쟁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주인공인 톰 크루즈는 과거에 발생한 범죄데이터를 분석한 ‘프리크라임’이라는 시스템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한다. 이 영화는 ‘빅데이터(Big Data)’의 놀라운 세계를 보여준다.

핀테크(Fintech) 시대 빅데이터는 금융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3대 경영 전략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톰 데이븐포트 미국 밥슨칼리지 교수는 한국을 가리켜 ‘빅데이터의 금광’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직 캐지 않았을 뿐,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가 숨어있다는 뜻에서다. 은행들이 앞다퉈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이용자 유형에 따른 맞춤형 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용에 나섰다. 고객이 영업점과 콜센터에서 상담한 내용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거나 고객 불만 관리, 기업정보 분석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의 매출·매입액, 매출처, 공과금 납부내역 등을 분석해 대출 가능 여부를 심사하는 소상공인 전용 신용대출 ‘빅데이터 플러스론’이 대표적이다. 역시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해 영업점 방문, 서류 제출, 담보 제공 등 없이도 대출이 가능한 ‘아이원 직장인명함대출’도 개발했다.

우리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 카드와 접목한 ‘올포미(All for Me) 적금·카드패키지’를 출시했다. 고객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계약기간이 2분의 1 이상 경과한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납입유예 및 특별중도해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포미카드는 개인별 소비성향을 분석해 자주 사용하는 업종별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싱글족이 주로 사용하는 7대 업종(편의점·홈쇼핑·온라인쇼핑·할인점·병의원·이동통신·대중교통)에 대해 매월 고객이 이용금액이 큰 순서대로 1∼2위는 10%, 3∼4위는 7%, 5∼7위는 5% 등의 수준으로 청구할인이 적용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빅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출범식을 가졌다. 빅데이터센터에선 기존 고객 분류, 마케팅 지원, 상품개발, 시스템 운영, 고객관리 프로그램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흡수해 상품개발과 고객만족도 향상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빅데이터시스템 시범사업에 돌입한 상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출시는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면서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 인력 및 기업 육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