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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6년 06월 24일(金)
“北때문에 KF-X?… 日·中·러가 敵 안된다고 누가 보장하나”
“항공산업이 선진국진입 척도…‘포니神話’ 하늘서도 열어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역임한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서울 성동구 한양대 공업센터 연구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 도중 풍동시험기와 비행기 모형을 이용해 공기가 비행기에 작용하는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조 교수는 KF-X 사업이 순탄하게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조진수 한양대 교수

노후화된 F-4와 F-5, 7년 후면 퇴역을 시작할 F-16 전투기를 대체할 F-16 알파 프리미엄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 익히 알려진 ‘KF-X 사업’이다. 연구·개발(R&D)비용만 6조 원, 양산비용은 16조∼17조 원 등 2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 궤도에 올랐다. 1999년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위에서 처음 논의된 후 갑론을박 속에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2026년 6월 완료가 목표인 이 사업의 성패에 당사자인 대한민국 공군이나 영공 수호를 믿고 있는 국민의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할 터이다. 오는 7월에는 KF-X의 ‘눈’이자 이에 탑재될 핵심 장비 중 하나인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1단계 모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 방위사업전문기업인 한화탈레스의 독자 개발로 선보인다. 내년 6월이면 1차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지난 22일에는 KF-X의 기체형상 설계를 위한 풍동시험에도 들어갔다.

KF-X 사업의 추진을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민간 전문가 한 명이 있다. 학창시절까지 포함해 40년 가까이 항공산업을 연구해온 조진수(60·전 한국항공우주학회(KSAS) 회장)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다.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공업센터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KF-X 사업의 의미, 전망부터 항공산업의 중요성 및 답보 상태를 보이는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싶어서였다.

기자를 만난 조 교수는 “한동안 인터뷰는 정중히 거절했다. (이젠 다 지어버렸는데) 제2롯데월드 안전성 문제 제기에 따른 (세간의 시선도) 있었고…. 나이가 들자 사회 이슈·현안에서 좀 멀어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고심 끝에 인터뷰에 응한 것은 항공산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발로됐기 때문일 터이다. 1976년 출고 후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반열의 발판이 된 ‘포니 신화’를 앞으로는 하늘에서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평소 ‘항공산업이 신성장동력산업이며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척도’라는 점을 주창해온 그는 이날 오후 시간을 거의 할애해 가며 조목조목 항공산업의 비전부터 개발에 얽힌 잘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까지 전문가다운 ‘혜안’을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를 섞어가며 풀어냈다.

―KF-X 사업이 ‘우리가 전투기 자체 개발능력이 있느냐’ ‘거액을 들여 봐야 수출 가능성 등 경제성이 있느냐’ 등 논란 속에 장기간 표류하다가 겨우 추진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타당성 검토에만 11년이 걸렸어요. 가정이지만 11년 전에 시작했으면 벌써 나왔겠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 시점에서 최고 성능의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공군 입장에서 보면 전투기를 직접 외국에서 사오는 게 나을지 몰라요.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고 값도 더 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F-X 사업을 독자 개발키로 한 것은 단순히 전투기 대수를 늘리겠다는 양적인 면을 떠나 질 좋은 비행기를 확보하겠다는 면에서 공군이 양보했다고 봐도 됩니다. 공군이 국산 항공기를 지지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합니다. 기본적으로 개발을 싫어하고 구매에 매달렸는데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나온 것이죠. 앞으로 유지·보수비용이 문제인데 외국에 맡기지 않고 이 역시 우리가 직접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KF-X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성공 시 산업 파급효과는 61조 원, 기술 파급효과는 41조 원, 고용창출 및 상생협력 파급효과를 56만 명가량 기대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공통점은 모두 항공산업을 발전시킨 나라들이란 점입니다. 우리도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항공산업을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예상보다 개발비용이 더 들어가고 기술력이 부족하다 해도 국제적인 협력 형태를 취하면서 국내 주도로 KF-X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입니다. 전 우리 수준으로 볼 때 성공 가능성을 100% 단언합니다. 국산 부품을 반영하는 측면에서 목표보다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닭이 병아리 될 일’은 없을 거란 얘기지요. 11년 동안 늦어진 것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업 추진의 내적 대응능력을 다지는 기회가 됐습니다. 반대파 논리에 대응하려다 보니 장점도 생긴 거죠. F-15, F-16(피스브리지) 사업 등을 보면 공군도 과거와 견줘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시험평가인데 합동참모본부의 동향을 보면 이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국민이 우려하는 방산비리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과거에 보면 방산비리가 시험평가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인력도 전문가도 많지 않다 보니 비전문가를 대충 세워 뒷돈 먹고 하면서 비리 연결고리가 형성됐던 거죠. 성적이 안 되는 걸 통과시키는 입학부정인 셈이죠. 요즘엔 많이 개선되는 징후가 보입니다. 모두 언론에서 정밀하게 비판하고 탐사보도를 한 덕분입니다. 평가위원도 외부에서 많이 데려오고 있고요, 평가가 세분화·전문화되고 있습니다. 예전엔 전문가를 데려와도 전기 전공을 기계 전공에 넣는 등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곤 했지요.”

―핵심 장치인 AESA 레이더를 둘러싸고 말이 많았는데요. 미국이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해 전체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AESA 레이더는 전체 사업 개발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이에요. 우리가 개발하는 건 체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부분만 너무 두드러졌어요. 모든 R&D는 시간이 걸립니다. 설계, 부품 시스템 제작, 조립, 테스트를 거쳐야 시제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때까지 이 레이더가 안 나오면 시스템을 외국에서 직접 구매해야 하는데, 대부분 수출승인품목에 걸려 있고 블랙박스도 들여와야 해요. 그렇게 하더라도 들여오는 게 맞지, 중단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일단 시제기를 띄우고 양산되기 전까지 2∼3년 시간이 있으니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시제기가 적기에 나와서 시험평가를 통해 제때 양산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에요. 무기는 수령 계산을 거쳐 전력화 예상 시기를 도출할 수 있는데 이게 공백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KF-X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북한의 대공 억지력인가요.

“북한은 대상이 아니에요. 일본, 러시아, 중국 때문에 보유하려는 것이죠. 북한은 평소에도 전투기가 뜨지 않습니다. 유지·보수훈련도 안 돼 있는 엉터리죠. 그러나 일본, 러시아, 중국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누가 보장합니까.”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이 모 포럼에서 “공군이 왜 쓸데없이 비행기를 사는가. F-35처럼 한 해 1000억 원을 들여 왜 사느냐”고 질문하자, “우리도 ‘원 펀치’를 갖고 있어야 상대가 덜 때릴 거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  조진수 교수가 연구실에서 비행기 모형을 보며 제자들에게 세계 항공산업의 현황과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질문 방향을 KF-X에서 전체 항공산업 분야로 확장했다. 국내 경제 산업의 차세대 성장 전망 분야에서 왜 항공산업이 중요한지다. 우리나라는 세계 12번째 초음속전투기 개발국이자 11번째 헬리콥터 개발국이다. 하지만 조 교수는 “아직은 항공산업 규모가 미국의 60분의 1, 일본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어깨에 죽비를 자청하는 분발이 필요한 대목이다. 항공산업 경쟁력 역시 매출액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4위 수준이다.

―항공산업의 관심,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항공산업은 노동집약적·기술집약적 산업입니다. 항공기 1대를 제작하는 데 투입되는 엔지니어, 설계, 조립, 인력 규모가 매우 큽니다. 사람이 모두 손으로 조립하죠. 자주국방에 돈을 많이 쓰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특히 개발하면 회사 분할처럼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스핀오프(spin-off)의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자본이 많이 들고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진입 장벽 역시 높다는 점입니다. 장기적인 대규모 금융투자, 완성기 개발업체 및 우수한 부품사업이란 기반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민간은 망설일 수밖에 없고, 정부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정부가 의지로 자본을 뒷받침하고 민간 리스크(위험)를 줄여 줘야 합니다. 이스라엘, 미국, 일본, 중국, 브라질, 캐나다만 봐도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10년간 군용에선 잘했는데 민수기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했어요.”

―항공산업 개발 역사에서 이정표, 기념비적인 순간도 있지 않나요.

“아무래도 T-50 고등훈련기를 제작했을 때겠죠. 제작한 주역들이 같이 대학을 다닌 동기이자 공군, KAI에 종사한 분들인데요. 일부에선 ‘록히드마틴 것 아니냐’고 했는데 우리 고유 모델의 완제기이자 고등훈련기이면서 경공격기로도 쓸 수 있어 의미가 크죠. 이 덕분에 항공산업 종사자나 연구진에 대한 사회적 대우와 인식이 현격하게 개선된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성과물을 보여주니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요. 항공산업 선배들이 완제품도 없는 상황에서 후학들에게 항공공학 공부를 지속해서 시켜 인적 토대를 갖춰 놓은 게 밑거름이 됐습니다. 1950년대 척박하던 시기부터 조선, 기계,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 대학 공과대학에 관련 분야 학과를 개설하려던 노력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돌이켜 보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조 교수는 연장 선상에서 항공산업이 지금의 수준에 이르게 한 ‘숨은 조력자’로 공군과 함께 민간 분야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꼽았다. 공군이 항공 시험평가, 전산 분야에서 미국 공군 등의 새 시스템을 지속해서 도입했고 이 회장은 항공산업 불모지였던 1980년대, 항공기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협약 등을 통해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했다. 이 회장이 조성한 ‘항공붐’은 현대, 대우 등 다른 기업의 진출도 촉발했다.

조 교수가 보는 항공산업 발전의 빗장을 풀기 위한 열쇠는 무엇일까. 그는 “KT-1 기본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4인승 고정익 항공기 KC-100(나라온) 등의 지속적인 수출을 토대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KF-X, 소형 무장헬기, 국산 엔진, 비즈니스제트기 등의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기울여온 무인기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우리나라에서 처음 무인기를 준비했던 이들 중 한 명이 접니다. 그런데 무인기 산업 전반이 주춤거리고 있어요. 원인은 돈이 잘 안 되기 때문이죠. 14년 전 무인기 대회를 만들 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에 무인기 공부하는 학생을 많이 키우려 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못했다기보다 중국이 정말 잘했습니다. 무인기 발전 방향에 대해 우리는 군사용·정찰용으로 설정했는데 중국은 ‘토이’로 정했죠. 우리는 고가 제품에, 중국은 저가 제품에 각각 초점을 맞춘 셈인데 중국이 제조능력도 좋지만, 가격 경쟁력 면에서 쫓아갈 수가 없게 됐어요.”

―비즈니스제트기도 보다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아는데요.

“10년 전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에 VLJ(Very Light Jet·소형제트기) 인증을 건의했어요. 일본 혼다의 자회사인 혼다에어크래프트컴퍼니가 지난해 8월에 출시한 비즈니스 제트기인 ‘혼다젯’과 같은 겁니다. 민수항공기(민수기)는 군용기와 달리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거라 국제인증이 필요한데 주로 이용하는 게 미국연방항공국(FAA), 유럽항공안전기구(EASA) 인증 제도예요. 두 곳의 인증을 받아야 국제적 기술력을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인증 건의에 대해 정부에서 돈이 부족하다며 프로펠러기로 정해 버렸어요. 실기(失期)한 거죠. 지금이 제트기 시대인데 5억 원짜리 프로펠러기를 만들어 봐야 쓸모가 있을까요. 혼다젯은 이미 판매가 세 자릿수 넘게 신장했다고 하네요.”

민수기를 살릴 기회는 한 번 있었다고 했다. 7년 전에는 국토부 의뢰를 받아 비즈니스제트기의 필요성을 조사·연구했다. 보고서에는 정찰기, 해상초계기, 골프장을 이용하는 자가용 비행기로도 쓰일 만큼 용도가 많다는 점과 상업용 완제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장 적은 돈으로 리스크를 줄여가며 할 수 있는 게 비즈니스제트기라는 점을 담았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에서 터보프롭(배기가스의 추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방식)을 해야 한다고 나서는 바람에 사장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터보프롭은 90인승이라 우리나라가 시작하기엔 크고, 시장성과 기술성도 맞지 않았다”며 “결국은 공무원들 스스로 (민수기 활성화) 기회를 놓쳐 버렸는데 이제 와 불씨를 살리려니 힘들다”고 애석해했다.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준비했어야 할 아이템 중 하나가 민수기인데 항공 분야에서 포니 같은 국산 차 신화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노동·기술집약적인 데다 고부가가치 특성이 있는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발전 전략을 제대로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중국이 항공강국으로 떠오르고 있고, 일본도 한참 앞서고 있는데 시사점은 뭔가요.

“중국은 이미 미국의 반을 쫓아갔어요. 땅이 넓어 내수 능력만으로 국제 인증 없이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데 이미 100인승 터보팬 비행기가 운항에 들어갔습니다. 내년부터는 국내선에 투입합니다. 이런 비행기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기술이 금방 발전해요. 설계, 운항, 시험평가 기술의 노하우가 쌓이고 함께 상승합니다. 일본은 미국 항공산업을 따라가면서 복합재료산업의 특성이 있는 항공기술력 분야에서 1등에 올라섰습니다. 보잉, 에어버스에 납품도 많이 합니다. MRJ(Mitsubishi Regional Jet)라는 70인승을 국내에서 띄운다고 합니다. 오키나와(沖繩)에서 홋카이도(北海道)까지 2000㎞를 운항하는 거죠. 혼다젯 5인승은 이미 인증을 받았고요. 상업용 완제기 시장에 뛰어든 일본은 ‘일제 프리미엄’도 있어 성장 속도가 더 빠를 겁니다. MRJ 1대에 300억 원가량인데 300대 계약하면 9조 원 아닙니까. 1대만 놓고 봐도 우리의 T-50보다 더 비싼데 수요는 훨씬 큽니다. 혼다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가 오래전 자동차 산업에서 비행기 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했는데 모두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점에 주목한 것이죠. 일본은 60년 전 터보프롭 개발을 시작했고 성공하진 못했지만, 관련 엔지니어들을 신칸센으로 돌린 뒤 다시 로켓, F-1, F-2에 성공한 후 민수기로 순환시켰는데 엔진 원천기술 확보의 동력이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어요. 항공산업의 반면교사는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이웃에 있죠.”

―그렇다면 정부가 2020년에 정한 항공선진국 진입 목표는 실현 가능한 건가요.

“군용기는 가능한데 민수기는 이런 맥락에서 준비가 안 됐죠. 전 세계 시장의 80%가 민수기인데 정부나 KAI 둘 다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인 회사가 있긴 한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미흡합니다. 대한항공이 무인기를 특화하려고 하는 것 외에 다른 회사의 자체 기술 확보 노력도 없습니다. 항공정비산업(MRO) 전망도 지정학적 위치, 높은 인건비 때문에 밝지 않습니다. MRO에 치중하기보다 민수 완제기, KF-X 사업을 계기로 엔진 기술 확보 쪽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 교수는 “항공 종사자들에게는 기술집약적 산업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자유도(Degrees of Freedom)’를 예로 들었다. 힘의 방향을 기준으로 앞뒤로만 움직이거나 양옆으로 움직이거나 뒤집어져서 움직이는 등 탈 것의 자체 설계와 조종장치 설계의 기본 척도로 물리학·항공역학 용어다. 비행기와 잠수함은 궤도열차(1), 자동차·배(3)를 앞지르는 6에 속한다. 공중에서 세 방향의 병진운동과 세 방향의 회전운동을 해야 하는 게 비행기다. 그만큼 구조역학적·공기역학적·항공역학적 측면에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분야라고 했다. 그가 왜 항공산업에 매력을 느껴 평생을 동분서주하는지 조금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인터뷰 = 이민종 차장(경제산업부) horizon@munhwa.com
정리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mail 이민종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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