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제2롯데월드 반대했지만 이젠 방법없어… 전자장비 보강해 충돌사고 없도록 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진수 교수의 부친인 고 조종수(오른쪽 두 번째) 공학박사가 1970년대 초 과학기술자 청와대 초청 행사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만나는 장면. 조진수 교수 제공

‘항공 외길’ 조진수 교수

조진수 교수의 연구실에는 두꺼운 연구용 도서와 자료 외에도 각종 전투기, 항공기, 제트기 모형, 전남 고흥군의 명예군민패, 장학금 기부에 대한 감사패 등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항공산업 연구에 바친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듯했다.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과 최근에 찍은 듯한 컬러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하나는 부친인 조종수(1923∼1979) 교수가 1970년대 과학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악수하며 격려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찍은 것이고, 또 하나는 아들인 조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군 행사에 초청받아 촬영한 것이다. 현대사를 관통하듯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배천(白川) 조씨다(한자로는 백천이지만 배천이라 부르는 지명에 맞춰 배천 조씨라고 한다). 빈농 출신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부친은 충남 예산에서 고교를 마치고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후 1965년 미국 유타대로 유학을 갔다.

조 교수는 “그때 아버지를 따라갔는데 마치 미국이 우주 같았다. 보잉707 제트여객기를 타보곤 항공기에 매료됐다”고 떠올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청으로 다시 한국에 온 부친은 KIST를 나온 후에는 한양대에 재료과를 신설했고 역시 같은 배천 조씨인 조영식(1921∼2012) 경희대 총장이 수원캠퍼스를 열면서 초대 학장을 맡아 달라고 해 고민 끝에 수락했다.

“미국의 공과대학 시설과 우리나라 간의 현격한 격차를 줄여 보자”는 마음으로 응했는데 공대 건축 과정에서 과로를 했다고 조 교수는 기억한다.

1969년 달 착륙을 중계방송했던, ‘아폴로 박사’로 불렸던 조경철(1929∼2010) 박사, 항공우주공학자인 위상규(1926∼2008) 교수 중에서 조 박사 역시 배천 조씨로 집안의 어른뻘이다. 위 교수는 조 교수가 석사학위 지도교수로 모셨다. 그는 서울 공군본부 옆 대방동에서 자랐는데 여의도 비행장에서 군용기가 뜨고 내리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항공의 꿈을 키웠다. 병역도 공군 대위로 마쳤다. 조 교수는 “이런저런 인연을 떠올리면 제가 하는 공부가 타고난 운명, 팔자가 아닌가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비행기 회사의 CEO가 되는 어렸을 때의 포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는 MB정부 최대 특혜로 꼽히는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 논란 과정에서 항공기 충돌 가능성 등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분명한 반대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 속에 완공을 눈앞에 둔 지금은 생각이 어떨까.

그는 “거의 지은 상태여서 이젠 별 방법이 없게 됐다”고 한숨을 쉰 후 “나름대로 활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하니 전자장비를 보강해 사고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또 “항공기에는 리던던시(Redundancy·실제 필요보다 많은 요소를 미리 적용해 위기 상황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기능)라는 게 있습니다. 사고방지장치가 3중으로 돼 있는데, 문제는 사고가 날 때 공교롭게 그런 게 모두 깨진다는 점”이라며 “충돌방지장치는 경고신호를 준다는 의미 정도”라고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항공 연구에 대한 무한 신뢰와는 거꾸로 부족한 연구비는 늘 고민거리다. 연구자문이나 기술설계를 제공하는 등 ‘외도’를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올해는 비행기를 설계하는 공기역학기술을 활용해 모 회사의 에어컨 팬을 설계했는데 대박 히트상품이 됐다고. 외부의 지원을 어렵사리 활용해 박사과정 제자들의 등록금을 1년에 2000만 원 이상 지원하고 있다. 유능한 엔지니어를 배출하도록 돕고 열심히 연구해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게 대학교수의 양대 역할이란 소신 때문이다. 그는 ‘인생은 성적 순이 아니라 성격 순이다. 또 미분이 아니라 적분이다. 쌓아가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제자들에게 강조한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안호영 주미대사, 이용준 주이탈리아 대사, 황승호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


△1956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항공공학과 졸 △서울대 대학원 항공공학과 석사·미 퍼듀대 대학원 항공우주공학과 박사 △퍼듀대 항공우주공학과 객원 조교수 △포항공과대학 기계공학과 조교수 △전 공군 FX평가단·KF-X평가단 자문위원,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문위원, 전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현 한양대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 한국국방안보포럼 이사, 한국항공우주산업 항공기술자문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