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취업母 ‘종일반’ 전업母 ‘맞춤반+바우처’… 차등 지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부산역 광장에서 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맞춤형 보육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전국에서 전체 어린이집의 11.7%에 달하는 4867개의 어린이집이 자율등원 형태로 축소 운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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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시행 ‘맞춤형 보육’ 왜 시끄럽나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 제도를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집은 수입이 줄어든다고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학부모들도 전업주부와 취업모로 편이 나뉘어 논란에 가세했다. 애초 맞춤형 보육에 합의했던 야당에서도 최근 제도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찬반 대결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어린이집의 집단 휴원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 어린이집 시설폐쇄 조치 카드까지 내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제도 시행 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협의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맞춤형 보육이 도대체 어떠한 제도이길래 이렇게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1 맞춤형 보육이란

모든 아이와 부모에게 똑같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의 제도를 보육의 필요성에 맞게 구분해 제공하는 제도다. 현재 어린이집은 모두 종일반 위주로 운영되지만, 이번에 제도가 시행되면 보육서비스가 하루 종일 필요한 경우에는 종일반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맞춤반을 이용하게 된다. 취업모들은 일터에 나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종일반을 이용하되, 전업모들은 맞춤반을 이용해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영아기(0∼2세)에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유아기(3∼5세)에는 사회성 발달을 위해 시설 이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에 영아 어린이집 이용률이 높은 점을 지적하면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이와 부모의 보육 필요에 맞게 다양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해 아이의 건강한 성장발달과 부모의 일·가정 양립을 높이는 데 이번 제도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2 시행배경은

무상보육으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있다. 핵심은 어린이집 보육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취업모들이 현재 어린이집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보육료는 모든 계층에게 지원되지만, 집에서 돌보는 양육수당은 차상위 계층에게만 지급되는 탓에 전업주부 사이에서는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2006년 11.0%에서 2015년 33.6%로 늘었다. 결국 모든 아이에게 같은 종일반 보육료를 지원하다 보니, 보육현장에서는 자녀를 일찍 데려가는 전업모의 자녀를 선호하게 됐고 취업모의 자녀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처우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 취업모는 “어린이집이 풀 타임으로 보육료를 지원받으면서 오후 4시에는 무조건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며 ‘맞벌이 부부’ 아이는 대놓고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취업모들 상당수는 육아도우미(베이비시터)를 고용해 퇴근 전인 4시에 데려간다는 조건으로 어린이집을 힘들게 구하는 식이 반복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OECD 가입국 중에서 전 계층, 종일 무상보육을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대부분 취업 여부, 소득구분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3 의견수렴 충분히 했나

정부는 ‘수요자 중심 맞춤형 보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먼저 국회에서 여야 합의 과정을 거쳤다. 정부는 2014년도 국회에서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예산을 획득, 이듬해인 2015년 7∼10월까지 지방자치단체 공모를 거쳐 4개 시군구에서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시범사업 결과 아동의 실제 등원실태, 평균 이용시간 등 아이의 어린이집 이용 패턴을 고려해 맞춤반 비율은 20%, 맞춤반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 긴급보육 바우처는 월 15시간으로 결정했다. 2015년 보육실태조사 결과 미취업모 영아 자녀의 평균 어린이집 이용시간인 6시간 23분이 반영됐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국회는 2015년 말 올해 맞춤형 보육 시행 예산을 여야 합의로 확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맞춤형 보육 추진과정에서 보육전문가, 보육단체, 학부모로 구성된 중앙보육정책위원회에서 맞춤형 보육에 관한 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2014년 시범사업 추진과정에서 어린이집의 협조를 얻은데 이어 전국 어린이집 원장을 대상으로 5개 지역 권역별 설명회도 진행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4 어떻게 바뀌나

어린이집을 이용할 경우 종일반, 맞춤반 중 하나를 신청해야 한다. 가정에서 양육할 경우에는 양육수당을 받으며 아이돌봄서비스와 상담서비스를 이용하고 필요시에는 1∼4시간 시간제 보육반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종일반은 하루 종일 보육이 필요한 맞벌이가정이 주로 해당된다. 그 외에도 구직, 임신, 다자녀, 조손·한 부모, 가족 질병·장애, 저소득층 등도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 내에서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다. 맞춤반은 종일반 대상이 아닌 아이와 부모가 이용한다. 기본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단, 지역별·어린이집별 사정에 따라 부모와 협의해 오전 9시∼오후 3시를 전후한 1시간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맞춤반에는 학교, 병원이용 등 예상치 못한 사유로 추가 보육서비스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긴급보육바우처가 월 15시간 제공된다. 긴급보육바우처는 사용하지 않은 만큼 다음 달로 이월된다.

5 전업주부 차별논란

정부는 맞춤형 보육으로 전업주부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맞춤형 보육은 아이와 부모의 보육 필요에 따라 이용하므로, 전업주부라고 하더라도 돌봄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종일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결과 맞벌이 부모 비율은 약 40% 정도이지만, 여기에 구직·장애·가족 간병·다자녀·임신·한부모·저소득층 등 오랜 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총 80% 수준으로 설계했다. 또 맞춤반 서비스의 이용시간은 실제 어린이집 이용현황에 맞춰 설계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복지부 주장이다.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평균이용 시간은 6시간 53분이며, 미취업모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6시간 23분이다.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포함하면 전업모들도 기존과 같은 수준의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6 어린이집의 반대이유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도입하면 어린이집 수익이 줄어들어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현재 종일반 기준으로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받고 있는데, 맞춤반이 종일반의 80% 수준으로 운영되면 그만큼 보육료가 줄어든다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맞춤반 지원금은 종일반보다 20% 적다. 이와 별개로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도입하기 전에도 상당수의 어린이집은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무상보육이 시작되면서 전업주부까지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맡기다 보니 어린이집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 가정양육수당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그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또 저출산의 영향으로 영아 수가 줄면서 전국의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은 2012년 82.3%에서 지난해 75.8%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맞춤반으로 수익이 줄어들면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7 실제로 어려워지나

정부는 오히려 맞춤형 보육으로 어린이집 운영이 더 나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맞춤반 보육료 단가는 2015년 종일반 단가 기준으로 3%가 감액돼 97%가 되는 반면, 종일반은 6%가 증액돼 106%가 되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즉 향후 종일반 지원 보육료는 2015년 종일반 보육료의 106%가 되고, 맞춤반 지원 보육료는 종일반 기준치의 80%(실제는 2015년의 85%)에다 긴급보육바우처 등을 더해 97%가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여기에 시범사업 추계대로 종일반과 맞춤반 비율이 8대 2 수준이 될 경우 어린이집 수입은 2015년 대비 4.2%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어린이집이 주장하는 대로 맞춤반 비율이 5대 5가 돼도 수입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지부는 맞춤반 신청 결과가 1차로 정리되는 24일 이후에 종일반과 맞춤반 비율의 윤곽이 나오면, 이 비율을 토대로 추가 지원 여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8 외국은 어떻게 하나

일본은 어린이집 입소 신청과 동시에 자격기준에 따라 입소가 결정되고,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전일제와 시간제로 구분돼 있다. 보육료 지원은 소득과 이용시간에 따라 차등지원된다. 하루 최대 11시간 이용이 가능한 종일반은 취업·임신·장애·간병·재해복구·학업 등의 경우에, 하루 최대 8시간 이용할 수 있는 맞춤반은 구직사유로만 입소한 경우에 해당한다. 프랑스는 맞벌이·재취업·다문화·한 부모·입양아 가정 등의 순으로 보육시설 입소가 가능하다. 영아(0∼2세)의 시설 보육료는 여성의 취업상태, 이용시간, 가구소득, 자녀 수를 고려해 지원된다. 스웨덴은 부모가 맞벌이나 학업 중에만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호주도 취업·직업훈련·학업 중인 부모가 보육시설 이용에 우선권을 가진다. 부모가 시설에 보육료를 우선 지급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정부로부터 환급을 받는다. 네덜란드는 가구소득, 시설이용 자녀 수, 시간당 이용금액에 따라 보육료를 지원한다. 호주와 같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가 보육료를 먼저 지급하고 맞벌이·학업 또는 구직 중·다문화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정부가 차후에 지급해 준다.

9 학부모 반응은

맞춤형 보육에 공감하는 학부모들이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보다 많다.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20일 발표한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맞춤형 보육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76.2%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9.4%다. 특히 취업모의 75.3%가 맞춤형 보육에 찬성했다. 미취업모의 경우에는 이보다 높은 77.7%가 찬성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는 맞춤형 보육이 취업모와 미취업모를 차별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부 비정규직 취업모는 직장을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일반 신청을 위해 자기기술서 작성 및 근무상황 입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10 정부 강행하나

정부는 맞춤형 보육 시행에 반대해 어린이집이 집단 휴원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중징계한다는 방침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이 임의로 시설 운영을 정지하면 먼저 시정 명령을 받는다. 시정 명령을 어기면 1년 동안 운영이 정지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시설이 폐쇄될 수도 있다. 집단휴원에 참여하는 어린이집은 행정조치를 피하려고 완전히 문을 닫는 대신 어린이집 가동률을 10∼20%로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 휴원은 물론 일부 축소 운영하는 것도 정부의 지침을 어긴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일단 시행 후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전업주부라도 3자녀 이상이면 종일반 이용이 가능하고, 이를 2자녀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용권·정유진 기자 free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