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유커에 목맨 면세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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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차장

창업 3년 만에 전국에 4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두고 있는 A 프랜차이즈 업체. 성장세가 괄목할 정도인데 각 매장의 매출 비중을 들여다본 이 회사 관계자는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장 장사가 잘된다는 서울 노른자위 매장 2곳의 매출을 뜯어보니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의 비중이 40∼50%에 육박한 점이 눈에 띄었다. 그는 “영화관과 심지어 김밥집마저 매출이 감소한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경기불황이 심각한데, 중국인 의존도가 너무 높은 듯싶어 이들이 빠질 경우 어떨지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유커 매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정점에 있는 또 하나의 관심 대상이 바로 면세산업이다. 유통 부문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성장세가 수년 새 답보·정체에 머물러 있지만 면세산업은 연 10∼20%의 쾌속 성장세를 구가했다. 그 힘의 원천이 한류 열풍에 힘입은 유커의 집단 방한에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도 투자, 고용유발 효과가 크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시내면세점을 대거 풀기로 함에 따라 내년에는 서울에만 13개 이상의 면세점이 ‘각축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오는 10월 입찰제안서를 마감할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 등 4개의 신규 시내면세점 향방을 놓고 물밑에선 저울질이 한창이다. 시내면세점에 신규로 진입한 업체들조차 추가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면세산업이 올해 최대 12조 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란 점은 얼핏 반갑다. 하지만 시야를 좀 더 확장해 보면 마냥 쾌재를 부를 일이 아니다. 면세산업에 대한 집착은 우선 전체 산업의 성장세가 수세에 몰려 있음을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력해온 업태의 전망이 ‘시계(視界) 제로(0)’이고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자 현금창출원으로 인식한 업체들이 몰려드는 것”이라며 “조급한 업계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세산업이 해외고가브랜드 유치와 협상 면에서 절대 녹록지 않다는 점을 올해 상반기에 확인했는데도, 신규 진출 속도는 더 가파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전반의 하방 위험, 불투명한 대외여건 개선, 기약 없는 내수회복의 짙은 암운이 면세산업의 이면에 투영돼 있다고 보면 지나칠까.

30년 넘게 면세산업에 종사해온 한 전문가의 말은 더 의미심장하다. 그는 “한국 면세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고 다른 나라는 공항, 시내, 국경, 크루즈 면세 등으로 다변화돼 있는 데 반해 시내면세점에 집중돼 있다”며 “규모 역시 작아서 중국이 삐걱거리면 금방 추락할 수 있다”고 ‘체질(體質)부실론’을 제기했다. 양국 간 정치적 갈등으로 입국심사가 강화되거나 중국 온라인 채널의 신장세가 강화되면 취약한 가격경쟁력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면세산업에 대한 종합경쟁력 강화 노력이 절실한데, 우리는 특허심사 시기에 즈음해서야 ‘반짝 활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 3위라는 면세점마저 영업이 종료되는 마당이니 뭐로 설명할까. 설사 유커가 이탈해도 흔들리지 않을 철옹성 같은 면세, 관광산업의 밑그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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