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혜택받는’체계로 바꿔 健保 보장성 높여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4일 서울 당산동 공단 영등포남부지사 회의실에서 ‘적정부담, 적정급여’와 관련된 보장성 강화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건강보험도입 39돌…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

요즘 국민들은 누구나 건강검진을 받는다. 직장가입자는 의무이고, 지역가입자는 의무는 아니지만, 정부는 전 국민을 상대로 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사후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중심으로 건강 관리 개념을 바꿔온 제도상의 오랜 변화와 무관치 않다. 과거 배고팠던 시절 예방은커녕 몸에 이상이 있어도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점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1977년 사고와 질병 등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건강보험제도가 시작되면서 국민적인 호응을 받았고, 12년만인 1989년 전 국민이 보장받는 시스템으로 완성됐다.

건강보험제도의 원칙인 ‘보편적 건강보장’으로 의료접근성이 높아져 몸이 아프면 누구나 쉽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의료기술도 함께 발전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 못 미쳤던 불과 40∼50년 전에 흔하게 나타났던 일이 사라졌고, 의료서비스에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졌다. 건강보험개혁을 추진하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한국의 건강보험 체계에 주목하고, 세계에서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우리 건보체계에도 아직 보완해야 할 구멍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고 혜택도 적게 받는 ‘저부담, 저급여’로 시작된 원죄를 해결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많은 국민이 값비싼 비급여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결국 비급여 보장을 위해 실손보험 등 민간 사보험에 의존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이는 과잉진료·의료쇼핑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면서 국민 보장성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반복되는 상황이다.

오는 7월 1일 건강보험제도 도입 39주년을 맞아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만나 비급여 증대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지부터 물어봤다. 성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당산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회의실에서 1시간여 진행됐다.

“제도권 밖에 있는 비급여는 예전에는 실태 파악조차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의료법 개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조사분석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가 공개된다면 환자의 알 권리 확대 및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직 비급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비급여 문제의 해결은 현재의 ‘저부담·저급여’의 건강보험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해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시켜나가고, 의료공급자에게 적정한 수가를 보장함으로써 비급여의 확산을 둔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급여 문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실손보험과 연관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보장해 많은 국민이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손보사들이 실손보험료를 최대 44%나 인상해 국민부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민간보험료(평균 34만3000원)가 건강보험료(평균 9만4000원)보다 거의 3배 가까이 많지만 많은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한 것은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죠. 결국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여 민간보험의 의존을 낮추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보험은 ‘저부담·저급여 체계’로 시작한 탓에 현재 보장률이 6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평균 80%)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공단은 2018년까지 보장률 68%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유럽처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개편돼야 합니다. 물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겠지요.”

―적정부담도 필요하겠지만, 국민들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습니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고액 진료비가 발생하는 ‘4대 중증질환’은 2013년 하반기부터 약 383개 비급여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에는 200여 개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도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택진료의사 비율은 80%에서 올해 33% 수준까지 낮추게 됩니다. 상급병실은 2014년 4·5인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 데 이어 지난해는 대형병원의 일반병상 의무비율을 50%에서 70%로 강화했습니다. 간병비는 지난해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으며, 2018년부터는 전체 병원에서 시행하게 됩니다. 건강보험 보장률도 2013년 62.0%에서 2014년 63.2%로 올랐고, 특히 4대 중증질환의 경우 77.7% 수준의 보장률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건보 누적 흑자액이 17조 원, 올해 연말 20조 원이 예상되는데 보장성을 대폭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뭡니까.

“한계가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재정의 50%는 준비금으로 적립해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등 국가위기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반년 치는 적립하라는 거지요. 지난해 건강보험이 지출한 보험급여비는 45조 원으로 한 달에 4조 원에 달합니다. 누적 흑자액 17조 원은 미지급 급여 등을 빼면 2∼3달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노인진료비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건강보험 재정도 위기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한번 보장성 항목에 포함하면 줄이기 어려운 만큼, 재정 상황을 고려해 가며 비용 효과성을 따져야 합니다.”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인가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인진료비(65세 이상)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건강보험 급여비는 필연적으로 증가합니다. 지난해 공단은 미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뉴 비전 및 미래전략’을 선포했습니다.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효율적인 재정관리 등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의료비 걱정없는 건강보험을 달성하고 방대한 건강보험 빅데이터와 ICT를 활용한 전 국민 맞춤형 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먼저, 수입 측면에서 한시적으로 규정된 ‘국고지원 법령’을 개정해 영구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신규 부과재원을 발굴해 보험료 수입을 확충하겠습니다. 또 현재 적립된 준비금을 전략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증대시켜 나갈 것입니다. 얼마 전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건보공단이 A등급을 달성한 것도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시행한 다양한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제도는 ‘출생·예방·치료·간병·요양·존엄한 죽음’에 이르는 명실공히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건강을 보장하는 제도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12년간 231개국이 한국을 찾아와 건강보험제도를 배우고 돌아갈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