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개정” 말만 하고 몸 사리는 의원들

여야 모두 “부작용 많다” 주장
여론 눈치보며 정작 발의 안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3개월 앞두고 김영란법 시행령의 가액기준 및 형평성에 대해 국회의원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법을 만들고 개정을 추진해야 할 정치권은 개정안 발의에 몸을 사리고 있다. 국민 여론이 김영란법에 대한 찬성 쪽으로 쏠리면서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7일 열린 20대 국회 첫 정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여야는 모두 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적용대상이 될 분들이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법 시행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품목을 제외한다는 논란은 잘못됐고 애초부터 가액의 문제”라며 “가액 현실화는 반부패 최고기구인 권익위도 국회도 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대통령의 판단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9일 발표된 김영란법 시행령은 공직자·언론인·사립학교 교사 등이 3만 원이 넘는 식사대접이나 5만 원이 넘는 선물, 10만 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정하면서 가액이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더욱이 농축수산업계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농축수산업계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완영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 간담회에서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더민주에서도 지난 20일 의원 워크숍에서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품목에서 제외하는 안을 논의 과제에 포함하는 등 여야가 재검토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러나 20대 국회에 발의된 김영란법 관련 개정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발의 예정인 개정안으로는 농해수위 소속 새누리당의 김종태 의원이 준비 중인 것으로 농수산 생산품과 가공품을 수수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김영란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개정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