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 동기들 ‘검찰 강압적 상명하복’ 문제 제기

내부통신망서 추모 댓글 확산
유족들 “1주 1~2번 안부전화
상사 바뀐 뒤 1달 1번도 못해”

부장검사 “폭언한 기억 없다”

지난달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34) 검사의 유족이 “상사의 인격모독으로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대검찰청과 대통령 비서실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을 주축으로 검찰 내부의 ‘강압적’ 상명하복 문화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 김 검사가 근무했던 서울남부지검은 김 검사의 상사였던 김모 부장검사가 부당한 업무 지시나 폭언을 했는지 자체 조사하고 있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2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까지 일주일에 1~2번은 통화하며 안부를 물었는데, 올해 상사가 바뀐 후로는 한 달에 한 번 통화도 어려웠다”며 “일이 많아져 피곤하다는 소리를 자주 했고, 친구들한테는 상사의 폭언과 모욕 때문에 힘들다는 연락도 했던 것으로 안다”고 울먹였다.

그는 “검찰 조직 문화 특성상 목격자들이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추후 임관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의 진상은 밝혀져야 한다”며 “대한민국 검사로서, 상사로서 휘하 직원의 죽음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주로 변호사 활동을 하는 김 검사의 연수원 동기들이 평소 그의 말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의 자료를 가족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는 김 검사의 유족들에게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시킨 적이 없고 폭언을 한 기억도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에서는 김 검사의 자살과 관련해 김 부장검사가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게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김 부장이 평소 말을 거칠게 하는 편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김 부장에 대한 대검 감찰이 결정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지난 10일 서울고검으로 전보 조처됐다.

이에 앞서 임은정(여·42) 의정부지검 검사는 김 검사가 숨진 날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사죄’란 제목의 글을 통해 “힘들어하는 후배의 짐을 대신 져주지 못한, 후배의 비틀거림을 외면했던 못난 선배들의 미안함이 사무쳐서 우리는 지금 숨이 막힙니다”라고 밝혔고 직원들도 이에 동의하는 댓글을 달았다.

박효목·정철순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