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존>호날두 다리 1355억원 · 다르빗슈 팔꿈치 8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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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보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유로 2016의 열기가 뜨겁다. 28일 8강 대진표가 확정됐고, 다음 달 1일부터 4강 진출을 다투는 한판 승부가 4차례 이어진다. 유로 2016은 월드 스타가 총출동했다. 팬들은 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매료되고 있지만, 소속 구단은 행여 부상이나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월드 스타인 만큼 대우는 특급이다. 8강에 진출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09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로 옮아갔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를 영입하면서 최대 보상금 1억 유로(약 1315억 원)의 다리 보험에 들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3년 12월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상 금액을 1억300만 유로(1355억 원)로 조금 높였다. 호날두 이적료가 9400만 유로 수준이었으니 몸값보다 다리값이 더 비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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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는 개러스 베일에 대해서도 보험에 가입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2013년 10월 “베일이 중장기적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이적료인 9100만 유로(1197억 원)를 보험사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축구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풋볼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는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손에도 700만 유로(92억 원)의 보험을 들었던 적이 있다.

호날두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의 경우 FC 바르셀로나가 최대 보상금 5100만 유로(671억 원) 정도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베컴은 2009년 LA 갤럭시 입단을 앞두고 다리, 발, 얼굴 등에 7000만 달러(810억 원) 보험에 가입했다.

다른 종목도 보험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양팔에 거액의 보험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보험금 액수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2010년 한국에서 열린 첫 F1 대회에서 우승한 페르난도 알론소의 경우 엄지 한 개에 500만 유로 등 총 1000만 유로(130억 원)의 보험에 가입돼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고액 연봉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의 팀 동료로,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 다르빗슈 유의 연봉 중 일부는 보험사가 지급했다. 댈러스모닝뉴스 보도에 따르면 60일 이상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 기간에 따라 연봉의 일정 부분을 보상받을 수 있는데 텍사스는 다르빗슈의 연봉 1000만 달러(115억 원) 중 50∼75% 정도를 보험사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뉴욕 메츠의 3루수 데이비드 라이트의 경우에도 보험사가 연봉 일부를 지급한다. 라이트의 연봉은 2000만 달러(230억 원)인데 부상자 명단에 있는 기간에 지급되는 연봉의 75%는 보험사가 부담한다. 올해 메이저리그에는 연봉 2000만 달러 이상 선수가 36명, 1000만 달러 이상 선수는 122명이나 될 정도로 고액 연봉자가 많아 구단으로선 보험이 필수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현역 시절 1986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소속 구단인 레버쿠젠의 요구로 3억 원짜리 다리 보험에 들었던 적이 있다. 김병현은 2002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최고 10억 원을 보상받는 상해보험에 가입했었다. 최동원은 아마야구 롯데에 계약금 3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뒤 5000만 원짜리 팔 보험에 가입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월 납입액이 30만 원이어서, 당시로서는 대형 보험이었다.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선 경품 보험이 인기를 누린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와 종합 5위라는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거뒀고, 한국의 성적과 연계해 기업들은 고객에게 경품을 지급했다. 롯데슈퍼는 금메달 13개 이상 획득이라는 조건이 충족돼 기아자동차 레이 10대 등을 경품으로 지급했고, 코리아세븐은 한국이 종합 7위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기아차 모닝 11대를 고객에게 증정했다. 경품은 모두 기업들이 사전에 가입했던 상금보상 보험(컨틴전시 보험)을 통해 지급했다.

기업들은 이처럼 상금보상 보험에 가입해 고객에게 경품을 지급하게 될 경우를 대비한다. 보험회사들은 코리안리 등 국내외 재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리스크를 분산한다.

2002 한일월드컵은 경품 행사가 가장 활발했던 대회다. 당시 현대해상은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면서 모두 49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기아자동차, 농심, 한국까르푸, SK㈜, 롯데쇼핑 등이 현대해상과 계약을 맺었다. 한일월드컵 당시 보험에 가입한 전체 경품 행사는 30개였고, 기업이 현대해상을 포함한 보험사에 낸 보험료만 60억 원이었다.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루면서 보험사들은 173억 원의 보험금을 기업에 지급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삼성전자 휴대전화로 SK텔레콤에 가입한 고객 1만3명을 뽑아 대표팀이 조별리그 첫 승을 거둔 폴란드전에서 기록한 2골에 10만 원을 곱한 금액을 지급했다. 상금만 20억 원에 달했다. 기아차는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자, 2001년 12월 차량을 구입한 고객 중 2002명을 뽑아 50만 원씩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삼성전자, 하이마트, 롯데슈퍼가 한국의 16강 진출을 놓고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코리안리가 예상한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 확률이 55.1%로 나와 보험료가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코리안리는 대표팀의 16강 진출 확률을 한일월드컵은 40%,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은 48%로 예측했었다.

물론 오는 8월 개막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도 경품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가입하는 우승 보험과 골프 선수 후원사들이 가입하는 우승 보험 역시 상금보상 보험에 속한다. 프로야구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비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우승 보험에 가입해 왔다. 2011년 삼성은 2억 원의 보험료를 내고 10억 원을 받는 보험에 들었다. 같은 해 한화는 1억2000만 원을 내고 10억 원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다. 삼성의 우승 확률이 높아 삼성이 보험료를 더 낸 것.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면서 삼성의 보험료는 계속 올라갔다. 삼성은 2012년 3억5000만 원, 2013년 5억2000만 원, 2014년 6억2000만 원, 2015년 6억5300만 원을 보험료로 냈다.

두산은 2014년 4억172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우승하면 20억 원을 받는 우승 보험에 가입했지만 6위에 그쳤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보험 가입을 문의했다. 보험료 1억6000만 원을 내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10억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우승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후 뒤늦게 후회했다.

삼성은 올해 우승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우승 확률이 낮아진 데다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있는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두산 역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지난해 우승으로 인해 보험료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여자 골프 선수의 후원 기업들도 우승 보험에 가입한다. 후원 기업은 대부분 우승하면 획득 상금의 50%, 5위 이내는 30%, 10위 이내면 20%를 보너스로 준다. 주로 상금 규모가 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들이 적용 대상이다. 10여 년 전 박세리, 김미현이 우승을 너무 자주 하는 바람에 후원 기업이던 CJ와 KT가 보험사에 의뢰해 상품을 만든 것이 효시라고 전해진다.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차지한 탓에 이제는 보험료율이 크게 올라 선수당 LPGA 2승 정도의 우승 상금(연 5억∼6억 원)이 보험료로 들어간다고 한다. 박인비 같은 특급 스타는 보험료율이 높아 보험 가입을 포기할 정도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