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고립주의와 한국의 선택>美도 ‘경제쇄국’… 트럼프 ‘노골적 反FTA’ 클린턴 ‘TPP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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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갈수록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8일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고립주의적 무역정책을 내놓으면서 미국에서도 보호무역주의로 향하는 역류가 강하게 일고 있다. 20세기 세계화를 주도했던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보호무역주의 회귀 경향을 보이고 있는 데 이어, 자유무역 질서의 수호자였던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라는 표어를 내걸고 노골적인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국무장관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내년 1월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지금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후 자유무역의 선봉에 섰던 영국과 미국이 모두 자국 우선 고립주의 경향 속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전세계에 비상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이날 재확인한 주요 무역정책은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 △TPP 탈퇴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및 징벌적 관세 부과 등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4월 외교·안보 정책 연설 등에서도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35%의 관세 부과를 주장하고, 한국·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를 비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구축한 전 세계 양자·다자 자유무역 질서에 역행하는 것으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보호무역 정책이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이날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대해 “국제무역질서를 다시 쓰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선보였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대한) 향수는 수십 년 이어져 온 경제 방향과의 결별이며, 기업의 이득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주류 이해와도 동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회귀 움직임은 클린턴 전 장관이 당선된다 해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자유무역·국제주의 노선을 승계하고 있지만, 무역정책에서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훨씬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TPP는 대표적 사례로,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재직 당시엔 TPP를 “최상 수준의 협정”이라고 평가했지만, 올 들어선 “미국 노동자 권익 보호·실질임금 향상, 국가안보 보장이라는 2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면서 반대로 돌아선 것을 꼽았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은 대통령 직속 무역집행관을 임명, 중국·일본 등의 환율조작에도 강력 대응하겠다고 공약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반(反)자유무역주의 여론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만큼, 향후 미국의 통상 정책 기조가 일정 정도 보호무역주의 방향으로 수정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미 대선정국에서 제기되는 일련의 보호무역 강화 주장들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와 클린턴 등이 제기하는 한미무역역조 현상 등에 대해서도 과잉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불필요한 무역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되, 통상 분쟁이 제기됐을 경우 국제기구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분야 강화 차원에서 지난달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강준하(국제법) 홍익대 교수를 통상정책국 심의관으로 임용했다. 강 교수는 과거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한 경험과 국제통상학회와 국제경제법학회에서 활동하는 등 실무적 경험을 갖춘 인물로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마찰 대응 및 통상 규범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최근 반도체 품목에서처럼(중국 반도체 반덤핑 공동조사 요구) 미국 업계가 우리 업계에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도 우리 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최선의 대응책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