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구매자들 “리콜 말고 車 교체”

소송단, 환경부에 두번째 청원
또 거부하면 檢고발 방침 세워

‘한국엔 배상계획 없다’입장에
“조작파문뒤 판매 는 탓”지적도

폭스바겐이 디젤차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으로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들에게 1인당 최대 1만 달러를 배상키로 한 반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는 배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이 환경부 측에 다시 자동차교체명령 요구 청원을 제출했다.

30일 국내 폭스바겐 구입자 4430여 명으로 구성된 소송단은 27일 환경부에 대기환경보전법 50조 7항에 따라 자동차교체명령이나 예비적으로 자동차환불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송단은 앞서 한 차례 환경부에 자동차교체명령을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교체가 아닌 리콜(결함 수리)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이 ‘임의설정(배기가스 조작 장치 설치)이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환경부는 리콜 대신 즉시 자동차교체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단은 환경부가 다시 자동차교체명령 요청을 거부할 경우 환경부를 직무유기로 검찰 고발하는 한편 헌법소원까지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법원을 통해서도 투트랙(Two-Track)으로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반드시 국내 소비자들도 동일한 배상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폭스바겐 소비자들은 지난해 폭스바겐이 소비자를 속여 차를 팔았다며 경영진을 사기죄로 고소하고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내 차량 소유주 47만5000명 전원에게 1인당 5100~1만 달러를 배상하고 중고차 가격으로 차를 되팔거나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총 153억3300만 달러(17조7556억 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임의설정 금지 법규가 생기기 이전 정부 인증을 받아 판매된 차량인 만큼 리콜로 충분하고 대신 1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 기금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폭스바겐이 미국과 한국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데 대해 양국 간 법적 차이도 있지만 60개월 할부와 할인 등을 이유로 손쉽게 다시 지갑을 여는 국내 소비자들의 행태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폭스바겐 국내 판매량은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파문 직후인 지난해 10월 947대에 그쳤지만 할인 판매 등이 시작된 11월 4517대로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