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그땐 1년에 300점 이상 제작… 일일이 기억못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우환 작 ‘점으로부터’, 161.9×130.2㎝, 1978.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우환 작 ‘선으로부터’, 91×72.7㎝, 1978.

- 僞作? 眞作?… 미술계 혼란

한국 생존작가중 작품가 最高
여러 차례 “위작 수백점” 소문
‘점으로부터’ 100호 10억원대

이우환 화백이 경찰이 위작이라고 발표한 자신의 그림에 대해 “전부 진품”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미술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이 화백 스스로도 자신의 그림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향후 그의 그림에 대한 거래 중단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통하는 이 화백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 수사과정을 통해 위작 논란이 제기된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시리즈 작품 13점에 대해 “틀림없는 내 그림”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모두 위작이라는 경찰 발표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날 이 화백은 경찰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13점이 그려진 1970년대 후반에는 1년에 3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제작해 작품을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술 전문가들은 당시 상황이 지금과 아무리 달랐다 해도 ‘호흡과 리듬’을 중시하는 이 화백이 마치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연간 300점 이상의 작품을 제작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1970년대 일본 미술계에서 모노하(物派) 예술운동을 이끌었던 이 화백은 한국의 ‘단색화’가 주목을 받으며 10년 사이 약 70% 가까이 그림값이 급등했다.

한국 생존작가 중 그림값이 가장 비싼 이 화백의 작품에 대해 위조 의혹이 일기 시작한 것은 그림값이 오르기 시작한 최근 몇 년 전부터다.

특히 그의 그림 중에 경매시장이나 상업화랑에서 값비싸게 거래되는 1970년대의 ‘점’ ‘선’ 시리즈 작품들이 의혹의 중심에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이 화백 작품의 1호(22.7×15.8㎝)당 가격은 2015년 기준 1057만 원 수준이다.

특히 ‘점으로부터’ 시리즈는 호당 2200만 원, ‘선으로부터’ 시리즈는 1500만 원대에 육박한다. 100호(162.2×130.3㎝) 정도 되는 크기의 그림은 10억 원대를 훌쩍 넘긴다.

작품값이 급등하며 국내 미술계에서는 이 화백 작품의 위작 유통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여러 차례 불거져 나왔다. 그 규모가 수백 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도 그 같은 첩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화백이 경찰이 위조범을 체포하고 유통총책의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압수된 작품들을 모두 진품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미술 시장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미술 시장 관계자들은 “컬렉터 입장에서는 작가의 말이 법이요 진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건전한 의견 개진이 어려워진다”며 “이번에 위작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에 대해서까지 모두 진품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차후 이 화백의 작품에 대한 감정이 더 어려워지고 결국 옥션이나 상업화랑에서 거래가 끊어지는 사태도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