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 자천타천 12명… 외곽서 ‘아웃복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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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대선 레이스 조기 점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사실상 모든 대권 잠룡이 당과 정치의 중심에서 이탈하면서 장외 대선 레이스가 점화되는 모양새다. 복잡다단한 당내 정치와 정치공방의 현장에서 한발 벗어나 내년 대선을 향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4·13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념적으로는 중도 지향, 지역적으로는 탈영남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30일 전북 전주를 방문해 전북 지역 대의원들을 만났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주 덕진공원을 방문해 연꽃을 촬영하는 사진을 올리는 ‘염화시중’을 해 보였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전국 단위의 조직정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새누리당 복당 파동의 중핵인 유승민 의원은 오는 8월 전당대회에 불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후 원내대표 사퇴, 탈당, 무소속 당선, 복당 등을 거치며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유 의원은 당권 경쟁에 뛰어들어 또다시 분란에 휩싸이기보다는, 바로 대권에 직행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총선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패한 후 자신이 밝힌 대로 ‘3개월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역행사 외에는 인터뷰도 일절 사양하고 외부 공개활동을 자제하는 오 전 시장은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공개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종로구 창경궁로 인근에 사무실도 하나 마련했다.

야권에서도 대권 주자들의 장외 행보가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 초 분당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난 후 낮은 자세를 견지해왔다. 수도권에서는 대승했지만 호남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전국 순례를 이어가던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3일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네팔로 떠나 체류 중이다. 8·27전당대회를 앞두고 오는 8일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으로 퇴진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한결 홀가분한 몸으로 대선으로 직행했다. 안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30일 당 정책 공부 모임에 참석해 의원들과 토론을 벌이면서 ‘정책열공’ 모드를 선보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전 대표가 평당원으로 있다가 바로 대선에 직행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더민주 전대 직후인 9월 초쯤 정계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가 ‘새판짜기’를 거론한 만큼, 기존대로 당내에서 경선에 임하기보다는 제3 지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어도 야권통합 등 명분을 갖고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에서 승리해 지역주의 장벽을 깬 이미지로 일약 대선주자로 도약한 김부겸 의원도 8·27전대는 불출마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당은 꼭 제가 아니어도 수권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무엇인가하는 부분을 진지하게 숙고하겠다”고 했다. 사실상의 대선 도전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대권 행보도 빨라졌다. 여당 출신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야당 당적의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남 지사는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연정을 중앙정부로 확대하는 ‘한국식 연정 모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원 지사는 “도정에 충실하겠다”며 대선 출마 기대에 선을 그었지만,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등 중앙정치에 대한 발언은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정무라인을 대폭 교체해 대선캠프용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펜투수론’에 대해 “특정 후보의 대체재가 아니다”고 일축한 안 지사는 올 연말 출마선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의 유력 후보로 부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임기가 종료되는 올해 말까지 사무총장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가 10월 중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하는 등 친반(친반기문) 그룹이 부지런히 분위기 마련을 위해 뛰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