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장’ 김정은 첫 행보는 외교… “美, 현명한 선택하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쿠바 특사와 포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살바도르 발덱스 메사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을 두 손으로 끌어안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방북 중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특사 일행을 30일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평통 통해 美에 대화메시지
核역량 자신감으로 공세 펼쳐
中에 축전보내 관계개선 나서

국무위원장 취임으로 1인독재 통치체제를 완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 행보는 ‘외교’였다. 김 위원장은 쿠바 특사단을 접견한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전하고, 미국에는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9일 열렸던 최고인민회의 바로 다음 날인 30일 시 주석에게 중국 공산당 창건 95돌 기념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우리는 조·중(북·중) 친선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킴으로써 두 나라의 사회주의 건설을 추동하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후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에 관계 개선의 손짓을 보인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방북 중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특사 일행을 접견하고 “이번 방문은 조선과 쿠바 두 당, 두 나라 관계 발전에서 중요한 계기”라고 언급하면서 전통적인 친선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 외곽기구에서 국가기구로 승격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미국에 사실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조평통은 3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 정세가 달라졌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을 향해서는 “더 늦기 전에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요구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우리의 선의의 손길(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 마지막 운명 전환의 기회마저 영영 사라져 버린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화 제의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한·미 양국 정부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조평통의 역할이 대남 업무뿐 아니라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메시지 발신 등으로 확대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본격적인 대미 대화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헌법 서문을 개정하면서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관련 ‘영원한 주석’, ‘영원한 국방위원장’이라는 수식어를 지우고 스스로 동일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을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를 ‘역사적 사변’으로 규정하며 그를 향한 절대적인 충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9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 강연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유난히 고집불통이고 다른 사람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평가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1일 보도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