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성과급 2049억 환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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李산은회장 “환수” 밝혔지만
법적 근거 부족해 실현 미지수

산은·대우조선 체결 MOU엔
잘못 지급 성과급 환수조항인
‘클로백’이 명시되지 않아
자발적 반납 안하면 소송 뿐

산업은행이 잘못된 재무제표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을 돌려받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를 추진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산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실적을 토대로 임직원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총 2049억 원(임원 65억 원+직원 1984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딜로이트안진이 올해 3월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손실 5조5000억 원 중 2조 원 정도가 2013년과 2014년 회계연도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성과급 지급 조건인 영업손익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기간 손실을 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만약 분식회계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성과급 환수 명분은 더 뚜렷해진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이동걸 산은 회장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분식회계로 확정되면 자구계획을 통해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회계감리 결과 분식회계가 확인되면 그 기간만큼 성과급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급을 환수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실제 환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은이 성과급 환수 근거로 삼는 것은 대우조선해양과 2002년부터 매년 체결한 경영평가 관련 업무협약(MOU)이다.

여기에는 등급별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되 임원의 경우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국회 정무위에서 대우조선해양 성과급 환수를 주장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임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도 없었을 것”이라며 “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임원에게 준 성과급은 전액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성과급 환수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관련 법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은과 대우조선해양 MOU에는 잘못 지급된 성과급에 대한 환수 조항인 ‘클로백(Clawback)’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자발적으로 성과급을 내놓지 않으면 민사소송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손혁 계명대 회계학과 교수는 “성과급 환수 관련 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임원의 업무상 배임 등을 드러내야 한다”며 “이 경우 회사에서 주는 대로 받은 직원들의 성과급은 사실상 돌려받기 어렵고, 환수 규모도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