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2.28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6년 07월 08일(金)
‘상인’이 장악한 세상, 누가 이를 제어할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16세기 영국의 상인들은 북유럽 해상무역 등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사회적인 지위는 높지 않았다. 한스 홀바인이 그린 ‘게오르그 기체의 초상’(1532년)은 화려한 의상을 입어 돈은 많아 보이지만 작은 공간에 틀어박혀 있는 당시 상인의 일상을 보여준다. 자료사진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 원더박스

지난 2012년 영국에서 첫 판이 나온 이 책의 원제목은 ‘상인, 군인, 현인: 새로운 권력의 역사’이다. 책은 ‘상인’이 지금의 막강한 지위를 어떻게 갖게 됐는지를 역사 속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그 의도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상징되는 ‘상인형 자본주의’의 위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 기존의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사관으로 역사를 읽으면서 해결을 모색하려는 것에 있다.

사관은 누가 권력을 보유하며 역사를 변화시키는지가 핵심이다. 기존의 사관을 대표하는 건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다. 마르크스는 권력의 유무를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로 가름했다. 어느 사회든 사유재산을 소유한 ‘계급들’은 그들이 착취하는 무산자 계급과 대치한다. 이에 대해 베버는 인간에게 경제만 주된 요인이 아니며 거기에 더해 사상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신학과 이데올로기, 교회와 정당 등도 계급처럼 역사의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안적 관점에서 고대 인도의 ‘카스트’를 통해 인류사회를 통찰하고 있다.

카스트는 상업적이며 경쟁적인 동기를 앞세운 ‘상인’, 귀족적이며 군국주의적 동기를 앞세운 ‘군인’(전사), 관료제적 또는 사제적 성향의 ‘현인’ 등 크게 세 집단이다. 그가 이런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자본가·노동자 집단과 함께 관료와 사제를 망라한 다양한 집단을 담을 수 있는 틀이며, 권력의 문화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을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들 세 카스트가 합종연횡하며 권력의 부침과 순환, 곧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본다.

상인들이 어느 정도 정치 권력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상업사회에 들어서면서다. 19세기에조차 상인은 귀족 출신 지배 엘리트들의 말단 동업자에 지나지 않았고 상업적 기풍이 팽배하던 영국에서도 비슷했다. 상인집단은 이민자들의 땅인 미국에서나 지배적 카스트로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중엽 현인-테크노크라트와 상인집단의 연합이 독일과 일본 등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견인하자 열강들은 상인집단의 역할이 절실해졌다. 그런 와중에 명예와 영웅주의를 추구하는 전사집단이 촉발한 세계 1차대전은 귀족사회가 누렸던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상인집단 단일 지배체제의 토양이 마련됐다.

1920년대 상인집단의 지배는 오래가진 못했다. 상인집단은 1929년 대공황으로 신뢰를 잃었으며 공산주의, 파시즘의 출현 등으로 2차대전을 겪은 뒤 동서냉전 속에서 체제의 궁극적인 관리 감독 기능을 현인 혹은 전사집단에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후체제는 냉전이라는 버팀목에 의지했고 이를 주도해온 미국의 전사집단이 베트남 전쟁 등으로 질곡을 심화시키면서 한계를 만났다.

상인집단은 1960년대 부각한 창의적 집단, 즉 기존질서와 관습을 전복하려 했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 세대와 손을 잡고 1920년대보다 훨씬 강력한 면모를 드러냈다. 사회적 신뢰를 상실한 현인-테크노크라트와 노동자 집단은 이제 상인집단을 대적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30년은 상인집단이 상업 및 산업부문은 물론 학교와 스포츠, 문화 등 이데올로기까지 완전히 장악해 세상을 변모시켰다.

상인세력은 대중의 지지를 심각하게 잃을 정도로 실용적 측면과 적응력이 낮은 집단이 아니어서 혁명에 의해 전복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이 세력은 장기적 관점의 자본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곧 당장 현재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시급한 장기투자, 일자리 창출, 생활임금의 향상, 복지에 대해 무역과 금융으로 몰린 상인집단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에 대해 저자는 “사회적 난맥상이 심화하면서 전사집단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대규모 전쟁만이 전체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인 셈이다.

저자는 현인-테크노크라트 집단이 나서서 상인집단을 제어하는 ‘조정 자본주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상인 권력의 성체인 금융은 모든 개혁조치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족쇄 풀린 은행권은 사회적 부의 할당장치로서 신뢰를 상실했고, 조정자로서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상인집단은 경제의 돌파구를 절대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 많이 본 기사 ]
▶ 투계 준비하던 닭 주인, 닭다리에 채운 칼날에 찔려 사망
▶ 김동성 전 쇼트트랙 선수 극단적 선택 시도…“생명 지장 ..
▶ 불륜 의심하는 남편 손가락 꺾어 다치게 한 아내 선고유예
▶ 백신 1병당 접종인원 확대, 묘수인가 악수인가…전문가도..
▶ ‘기성용 초등 성폭력’ 폭로 변호사 “증거 전체 조만간 공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배수진 김종인-3지대 안철수…힘겨..
신규확진 356명, 주말 영향에 다시 3..
부전여전…아버지 이어 딸도 음주운..
美 FDA, 3번째로 코로나 백신 존슨앤..
천안함 함장 전역… 부하 잃고 살아남..
topnew_title
topnews_photo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 로토누르 마을에서 지난 23일 불법 투계를 준비하던 닭 주인이 닭다리에 채운 칼에 찔려 숨졌다고 BBC가 27일(현..
mark김동성 전 쇼트트랙 선수 극단적 선택 시도…“생명 지장 없어”
mark‘기성용 초등 성폭력’ 폭로 변호사 “증거 전체 조만간 공개”
김동성, 의식 흐릿한 상태로 발견…“생명 지장 없어..
백신 1병당 접종인원 확대, 묘수인가 악수인가…전..
“증거 내놔라” vs “원하는 대로”…기성용 사건 ‘끝..
line
special news 장제원 아들 래퍼 노엘, 이번엔 폭행 시비 연루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제원 의원(국민의 힘)의 아들인 래퍼 노엘(20·장용준)이 폭행 시비에 휘말..

line
백신 이상반응 97건 추가 총 112건, AZ 111건-화이..
홍준표, 이재명 정조준…“끝까지 살아남을 거라 보..
불륜 의심하는 남편 손가락 꺾어 다치게 한 아내 선..
photo_news
한·중 미녀 골퍼 대결서 유현주·안소현 ‘승리’…..
photo_news
클럽하우스에 등장한 정용진 “우승 반지 끼고..
line
[Review]
illust
‘文레임덕 촉발 논란’ 박범계…‘이마트로 국내 복귀’ 추신수
[북리뷰]
illust
아마존을 넘어 우주로… ‘창조자’ 베조스의 꿈
topnew_title
number 배수진 김종인-3지대 안철수…힘겨루기 2라..
신규확진 356명, 주말 영향에 다시 300명대..
부전여전…아버지 이어 딸도 음주운전 신고..
美 FDA, 3번째로 코로나 백신 존슨앤드존슨..
hot_photo
최지만, 무릎 통증으로 MLB 시범..
hot_photo
‘소림축구’ 출연했던 홍콩 영화배..
hot_photo
‘학폭 논란’ 스트레이키즈 현진,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