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박지원 “특권내려놓기 법제화 못하면, 국민들 국회 없애려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 4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우산을 들고 국회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4·13총선 홍보비 파문으로 안철수·천정배 상임공동대표가 사퇴하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박지원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색깔을 빼라고 하는데, 안철수당에서 안철수 색깔을 빼면 되겠어요.”

지난 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호남 향우회도 아니고, 안철수 전 대표 없이 몇 명이나 4·13총선에서 당선됐을 것 같아요”라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철수’를 강조했다. 4·13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으로 지난 2월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 재건을 맡은 박 위원장의 안 전 대표 강조에 대한 의구심은 6일 11명의 비대위원 명단을 보고 풀렸다. 당내 두 축인 안철수계와 호남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의 퇴진을 계기로 호남계가 안철수 색깔 지우기를 시도하자, 호남 대표 격인 자신이 먼저 ‘안철수 옹호’에 나서 당내 분란을 사전에 진화하려 한 것이다. 실제 안철수계를 전진 배치한 새로운 당 지도부인 비대위원 명단이 발표됐지만 당 안팎에서 출신과 지역을 배려한 ‘탕평 인사’라는 좋은 평가가 나왔다. 박 위원장은 몇 수 앞을 내다보고 포석을 깔 줄 아는 역시 ‘꾀주머니’였다. 김대중(DJ)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남들은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고,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세 번씩 맡은 박 위원장을 만났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당은 지금 가건물”이라며 “우리가 살 진짜 집을 짓기 위해 골조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안철수의 미래와 박지원의 속도가 결합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빠른 시일 내에 당을 정비해 전당대회와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골조 공사를 잘하려면 유능한 당직자가 필요하다”며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도 유능한 당직자들이 있었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하고 정당 득표율 2위를 차지해 정권 교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갖췄다”며 “안 전 대표를 비롯해 천정배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정체성이 맞는 어떤 후보가 와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보를 뽑아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내년 야권 대선 후보는 국민의 힘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총선을 통해 만들어 준 현 정당 구조대로 각 당이 대선 후보를 내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인위적인 야권 통합은 반대했다. 하지만 “내년 10월이나 11월쯤 국민이 야당 후보들의 경쟁력을 평가해 성적표를 내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관련, 박 위원장은 “얼룩진 와이셔츠를 이번에 세탁기에 넣어 하얗게 빨아내야 한다”며 “만약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국민이 국회를 없애버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면책특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으로 뽑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남은 임기 동안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개헌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라며 지난해 초 반 총장 측이 4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동교동계와 접촉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4일 현장과 7일 전화 통화를 통해 이뤄졌다.



―4·13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으로 ‘새정치’ 슬로건이 훼손됐다. 재도약 복안은.

“국민은 비대위원장이 누구든, 원내대표가 누구든 관심이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국회에서 일 잘하는 정당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당의 골격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잘하셨고, 내가 곁에서 많이 지켜봤다. 유능한 당직자를 확보하고, 그런 다음 현역 의원을 끌어와 실제 일을 해야 한다. 당직자를 일종의 정치 건달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일 잘하는 당직자가 없으면 정당이 안 되고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이번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도 당직자들이 행정적·당무적 뒷받침만 잘해 줬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아 보니 당의 사정이 어떤가.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이란 가건물을 지어 놓았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살 진짜 집을 지어야 한다. 현장에 가보면 당원을 모집하는데 일반당원과 권리당원 집계가 안 돼 있다. 또 당비를 납부하려 해도 길이 없다는 말이 많다. 안 전 대표가 이미지 하나로 총선에서 38명을 당선시킨 것은 기적이다. 오죽하면 김동철 의원이 ‘우리가 문재인과 친노(친노무현)계가 싫어서 나왔지 민주당이 싫어서 나온 건 아니지 않으냐. 민주당 정당 시스템을 갖다가 쓰면 되지 새로 개발한다고 몇 달을 보내고 있느냐’는 말을 할 정도다. 그 말이 맞다.”

―당에서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 분의 문제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려면 윤리위가 있고, 규정도 있어야 하는데, 윤리위는 구성이 안 됐고, 규정도 없다. 이것이 지금 국민의당의 모습이다.”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하고, 대선도 준비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안철수의 미래와 박지원의 속도가 결합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당무를 잘 아는 내부 인사 11명을 모셔 비대위를 구성해 땅을 파고 골격을 세우는 기초 공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38명의 의원이 꿀벌처럼 일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양동작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사퇴하지 않았다면 좀 더 빠르고 쉽게 당의 기틀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정치에서 과거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정치는 흘러가면 끝이고, 한번 결정하면 잘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안 전 대표 개인적으로 봐도 당무에 시달리는 것보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생경제를 보면서 대권가도를 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국민의당이 ‘안철수-대권’ ‘박지원-당무’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는 생각에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당시 박 위원장이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선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문 전 대표가 박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라고 물었다. “(문 전 대표가)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다 먹었잖아요. 그래서 지금 히말라야에 계시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 다음 안 전 대표 얘기가 바로 나왔다.



“지난 4·13총선에서 난 야권통합론자였고, 안 전 대표는 3당론자였다. 나는 야권이 분열했기 때문에 더민주도 망하고 국민의당도 망해야 야권의 살길이 열린다고 생각했다. 야권이 다 망한 뒤 대통합해서 내년에 정권 교체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본항공(JAL)이 지난 2010년 완전 감자와 함께 상장을 폐지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안 전 대표는 ‘선배님 야권 통합 얘기 그만하세요. 이번에 3당이 성공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선거 결과, 안 전 대표의 생각이 맞았고, 난 틀렸다. 만날 ‘철수’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설득력도 있고 추진력도 대단하더라. 천 전 대표도 통합론을 접지 않았느냐.”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안철수만’으로, ‘호남만’으로는 안 되는 거 아니냐.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해 야권의 정권 교체를 위한 충분조건은 갖췄다. 또한 정당 득표율에서 더민주를 누르고 2위에 올라 필요조건도 갖췄다. 국민의당이 정권 교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췄지만 대선 후보를 놓고 치열한 당내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 안 전 대표 혼자 경쟁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 천 전 대표도 경선에 뛰어들어야 하고, 손 전 지사도 영입해 안 전 대표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국민의당이 ‘안철수당’ 이미지가 강한데, 공정 경선이 이뤄질 수 있겠나.

“총선이 끝나고 안 전 대표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안 전 대표가 대표를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 내려놓고 오픈하라고 했다. 열린 마음으로 가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손 전 지사가 민주당에 들어가면 문 전 대표와 공정한 경쟁이 되겠나. 내가 국민의당에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 놓겠다. 모두가 들어와 경쟁하는 흥행의 장을 만들 생각이다.”

―그러면 ‘호남+부산·경남(PK)’ 연대론 차원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영입 대상인가.

“그건 정체성 문제가 있다. 현 여권과 통합론이 나오면 국민의당은 그대로 죽어버린다. 광주에서 용납하지 않는다.”

―내년 대선을 지난 총선처럼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도 승산이 있다고 보나.

“지금은 국민이 결정한 3당제이기 때문에 이대로 가고 내년 5∼6월이 되면 각 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결정될 것이다. 그런 뒤 7∼9월 후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전국을 누빌 것이고, 이때 경쟁력이 없는 사람은 자동으로 떨어져 나갈 것이다. 10, 11월쯤 되면 후보들 성적표가 나오고, 국민의 힘으로 후보가 결정될 것이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가 될까.

“지금까지 건국 공로자, 혁명한 군인, 정치 10단인 김대중(DJ)과 김영삼(YS), 파격적인 노무현, 기업가 출신 대통령, 대통령의 딸 등이 대통령을 했다. 근데 국민이 보기엔 잘한 사람보다 못한 사람이 더 많다. 그리고 지금 경제가 잘되나, 외교와 남북관계가 좋나, 청년 실업과 양극화 심화에 국민이 굉장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우리 사회가 굉장히 합리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워 줄 수 있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국민이 원할 것으로 본다.”

―안 전 대표가 그런 사람인가.

“희망 사항이고, 현재 내 위치에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안 전 대표는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현안만 좇아다닌다.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을 두 사람 봤는데, 한 사람은 DJ이고, 또 다른 사람은 안 전 대표다.”

―안 전 대표와 함께했던 분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떠났다.

“안 전 대표가 정치를 잘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더 잘한다. 안 전 대표와 가까이 했던 분들 가운데 많은 분의 공통점은 훌륭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정치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내년에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할 것인가.

“내 역할은 호남을 단결시켜 정권 교체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와 협력하는 거다. 난 호남 참여 연정론을 부르짖어 왔다. 호남 단결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빚 갚은 대통령이었지, 호남에 투자한 대통령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에게 90% 이상 줬지만 호남에 뭘 줬냐.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조건 없이 줬다. 더 이상 호남이 피폐해선 안 된다. 남들보다 잘사는 것이 아니라 호남도 균등 발전하고, 인사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떠나는 호남이 아니라 사람 사는 호남을 만들어야 한다. 호남의 독자 집권이 어려우면 될 수 있는 후보와 연정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호남과 호남 출신을 합치면 1000만 명이 넘는다.”



박 위원장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잘 안다”며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권력욕이 엄청난 사람”이라며 “1997년 DJ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외교안보수석을 했던 사람이 외교부 장관을 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에서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하고, 최경환 의원을 총리로 하는 개헌론 얘기가 나왔을 때, 반 총장 측이 “우리를 최규하 전 대통령으로 생각한다”며 상당히 불쾌해 하길래 반 총장 측을 대신해 “정략적, 집권 영향력을 연장하는 그런 개헌은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 총장과 인연은.

“반 총장이 주미 공사 때부터 안다(박 위원장은 뉴욕한인회장을 지냈다). 1년 6개월 전쯤 반 총장 측과 동교동계가 접촉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반 총장 측에서 4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는 뉴DJP연합을 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경선을 하겠다는 거였다. 셋째는 민주당에서 영남 후보(문 전 대표)가 나와도 영남에서 졌지만 반 총장은 충청을 석권할 수 있다는 것이고, 마지막이 백미인데, 반 총장이 햇볕정책 옹호자라는 것이었다. 그때 정대철 고문이 권노갑 고문에게 반 총장 챙기러 뉴욕에 빨리 가자고 했는데, 내가 틀어 버렸다.”

―왜 틀어 버렸나.

“우리가 반 총장을 데려오면 우리 후보가 완전히 죽어버리는 거다. 반 총장이 대선 후보에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안 나올 수 있는 것도 반, 여당으로 갈 수 있는 것도 반, 야당으로 오는 것도 반, 모든 것이 반반이라 반 총장이다고 방송에서 얘기했다. 나중에 반 총장이 야당으로 안 오고 새누리당으로 가면 우리는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후보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말했어야 하는데 야당에 오면 경선시키면 된다고 말하는 바람에 문 전 대표 측이 오해를 했다.”

―어떤 오해였나.

“지난해 2월 새정치연합 당 대표 경선 때 문 전 대표 측과 우리 측 원로가 만나 협상을 했다. 그쪽에서 박 후보가 당권과 대권 분리를 얘기하는 것은 반 총장을 영입해 경선시키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박 후보가 정치 9단인데 당권을 잡으면 반 총장을 데려와 경선시킬 거다. 그래서 자기들이 당권과 대권을 다 먹어야 한다고 해서 협상이 깨졌고, 경선 룰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바뀌었다. 3.5%포인트 차로 졌는데 룰만 안 바뀌었으면 내가 이겼을 거다.”



박 위원장은 DJ정부 시절 공보수석, 문화부 장관, 대통령실장 등을 지내며 2000년 DJ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성사시키는 등 DJ정권의 최대 실세였다. DJ를 대신할 정도였다고 해서 ‘대통령(代統領)’으로 불렸다. 그에게 1년 7개월 남은 박근혜정권에 대한 평가와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 등을 물었다. “안 할래요, 잡혀갈 수도 있잖아”라는 농을 하면서도 평가는 혹독했고, 당부는 매서웠다.



“박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 탁상을 치면서 국회 야단만 쳤지 뭘 잘했는지 모르겠다.”

―그럼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해야 하나.

“박 대통령이 그래도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길은 남북정상회담과 개헌 등 두 가지다. 그렇게 하면서 지금처럼 경제살리기에 매진한다면 임기 중 성과를 남길 수 있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도 임기를 6개월가량 남긴 2007년 10월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북한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과정이 필요없는 나라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김정은 귀를 붙들고 설득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설득을 잘하는 사람이냐. 핵 폐기는 못 시켜도 지금 상황에서 동결만 시켜도 성공이다. 북한에 특사를 보내 정상회담을 발표하고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면 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우리만 손해다.”

―박 위원장이 생각하는 개헌 방향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 내각제보다 이원정부제가 낫다고 본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직접 뽑는 직선제를 선호한다. 외치를 맡는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는 국회에서 뽑으면 책임정치가 가능하고, 진정한 다당제가 실현돼 극한투쟁도 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선거구제를 반대한다. 하지만 국민은 자기 동네 국회의원을 필요로 하고, 자기 손으로 뽑고 싶어 한다. 국민이 원하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게 정치다. 그렇다고 포퓰리즘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다.

“‘세계의 갈등은 유엔으로, 대한민국 갈등은 여의도로’라는 말이 있다. 정치는 항상 싸우지만 망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정치는 국민과 손을 잡고 떨어지면 안 된다. 국민이 특권이 있다고 하면 다 내려놔야 한다. 특히 이번에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 얼룩진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어 하얗게 빨아내야 한다. 지금 특권 내려놓기 개혁기구를 의장 자문기구로 하느냐 특위로 하느냐만 결정이 안 됐는데 빨리 특위를 구성해 추진해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하지만 면책특권은 살려야 한다. 이를 없애는 것은 야당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살려놓되 허무맹랑한 폭로였을 때는 윤리위원회 처벌 강화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이번에도 시간만 끌다 어물쩍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대장장이는 쇠가 달궈졌을 때 때린다. 지금이 그때다. 올해 정기국회 내로 입법화 등 법제화 작업이 마무리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국회를 없애버리려 할 거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놓고 논란이 일면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연장이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대통령은 재임 중 공소시효가 정지되기 때문에 행적 조사를 할 수 없다. 우리에게 물어보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거다. 대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정운호 게이트 등 법조비리, 어버이연합 게이트, 백남기 씨 물대포 사건, 청와대 서별관 회의 등이 청문회를 해야 하는 것들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세부 사항에서는 이견이 크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리는 데 추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서둘러 추진해 잘될 기업은 도와주고, 망할 기업은 빨리 망하게 해야 경제가 튼튼해지고 살아날 수 있다. 대신 구조조정 고통이 국민에게만 전가돼서는 안 된다. 또한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진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산업은행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공정한 거다.”

인터뷰 = 유병권 차장(정치부)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