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남상태 非理’ 눈감아준 정황 포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영장심사 받는 고재호 거액의 회계사기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고재호(오른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대우조선 비리 연속성 있어
후임자가 파악 가능한 구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8일 중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고재호(61) 전 사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분식회계)와 경영진 비위가 수년째 이어져 온 만큼, 남상태(66) 전 사장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오른 고 전 사장이 남 전 사장 재임 기간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 상당 부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고 전 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앞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6일 고 전 사장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 전 사장은 5조4000억 원대 회계 사기를 지시했고, 이렇게 조작된 회계 장부를 바탕으로 임직원들에게 4900억 원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고 전 사장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특별수사단은 고 전 사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남 전 사장 재임 기간 비리에 대해서도 따져 물을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비리는 구조적이고 연속적으로 이뤄진 만큼, 후임자가 업무 파악 과정에서 전임자의 비위 사실을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판단에서다. 또 남 전 사장이 고 전 사장이 CEO가 되는 데에 영향력을 행사해주고, 대신 고 전 사장은 남 전 사장의 일부 비리를 눈감아줬다는 의혹도 대우조선해양과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두 사람의 관계가 마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관계와 흡사했다는 평을 하는 법조계 관계자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쫓겨났지만, 노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의 잘못 중 많은 부분을 감싸준 측면도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