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아줄기세포 연구 再開, 7년 공백 넘을 성과 기대한다

희귀·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국내에서 7년 만에 재개(再開)된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차의과학대가 신청한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차의과학대가 2009년에 승인받았으나 1차 실패했던 연구에 다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여파로 난자(卵子) 공여·매매가 전면 금지되고, 정부 승인 절차가 더 까다로워지면서 중단되다시피 했던 ‘황우석 방식’ 줄기세포 연구의 활성화에 새 전기(轉機)가 마련된 셈이다.

배아줄기세포 생성 과정에 난자와 복제 배아의 훼손이 불가피해 종교계 일각에선 ‘생명 파괴 행위’라며 연구를 반대해왔으나, 그럴 일이 아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요청에 따라 복지부가 연구 승인 조건으로, 동결(凍結)된 난자와 불임 시술을 하고 남은 난자를 환자 동의하에 사용하도록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복지부는 전문가들로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난자의 합법적 획득 여부와 사용·폐기 과정은 물론 배아줄기세포를 인간복제에 오용할 개연성부터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구책임자인 이동률 교수는 “체세포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주를 생산해 시신경 손상, 뇌졸중, 골연골 형성 이상 등 난치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것”이라며 “(효율성이 낮은) 동결 난자만 사용하는 게 아쉽다. 연구의 가치를 알려 향후 비동결 난자 사용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0년 12월까지 허용된 이번 연구가 한동안 세계를 선도(先導)했던 한국 학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본격화의 새 출발점이 돼야 한다. 7년 공백을 넘을 성과를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