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부실기업 産銀 자회사 準공기업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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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상황 악화에는 세계적인 불황 요인도 있지만, 국책(國策)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오랫동안 존재하던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있었다. 동일 산업 내에서 국책 금융기관의 지원을 계속 받는 회사와 일반 민간 기업이 상존하면, 특히 국제시장에서 저가수주 경쟁 등으로 다른 민간 기업마저 함께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부채 비율이 4000% 가까이 된다. 대규모 시설장치가 들어가는 산업 특성상 부채 비율이 높다 하더라도 조선업의 다른 대기업이 2015년 기준 305%(삼성중공업)와 220%(현대중공업) 수준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조선업과 함께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되는 해운업 역시 현대상선이 출자전환과 함께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다. 국민경제에 영향력이 큰 기업이 어려움에 빠진 경우 당장 처리할 수 없으므로 국책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인수해서 회생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는 100개가 넘을 정도로 많아서 과연 이들에 대한 통제와 회생, 매각 처리가 제대로 될지 우려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15년이 지났다. 결국, 시장에서 평가받고 이에 따라 지원이 중단될 수 있는 상태였다기보다는 국책 금융기관의 계속적인 지원에 의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채권자이자 주주였던 산업은행 자체가 주인 없는 형태였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나 매각의 의지가 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매각 직전까지 간 적도 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상황 악화와 노조의 실사 저지 등이 겹치며 매각에 실패하기도 했다. 국책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매각하지 않고 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매각에 나설 이유가 없다. 오히려 매각에 따른 저가매각 등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면, 기업을 인수하고 망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순서가 돼 버린다.

더구나 근로자와 경영진을 포함한 자회사의 이해관계자 역시 치열한 경쟁이 있는 민간 기업에 인수되기보다 국책 금융기관 산하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국책 금융기관 종사자나 부실(不實)기업 이해관계자나 아무도 매각을 원치 않는 상황은 국책 금융기관 산하 부실 자회사의 비대화로 귀결된다. 준(準)공기업처럼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책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명확한 평가 기준에 따라 지원하는 범위와 기간을 제한하고 특정 시점 이후에도 손실이 계속 발생하면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국책 금융기관 문제를 개인 이슈로 몰고 가면 사람만 바뀔 뿐 문제는 반복된다. 따라서 명확한 처리를 위해선 산업은행처럼 국책 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오랜 기간 부실기업을 끌고 간 핵심에는 구조조정 전문 기업 금융기관으로서의 산업은행 역할과 정책 금융기관으로서의 산은(産銀) 기능이 혼재된 문제가 있었다. 사전에 명확한 매각 책임과 일정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채 정책 금융기관에 부실기업이 인수되는 경우 매각이 지연되고 부실이 외려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일종의 투자은행 성격을 가지는 산업은행과 재정 지원에 따른 정책금융 역할을 하는 정책금융공사를 과거에 분리 시도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 분리된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업무보다는 저렴한 조달 금리에 기초한 소비자금융 확대에 전념하며 시중 민간 은행과 부딪치다가, 어느 순간에 정책 금융공사를 다시 합병하며 오히려 더욱 비대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차제에 특정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정책 금융기관 성격과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구조조정 기관 성격을 각각 명확히 하고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필요성과 시급성을 인정해 지원은 신속히 처리하더라도, 인수 및 기존 부실기업에 대한 평가 및 매각에 대한 원칙은 지금이라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책 금융기관의 자회사들에 대해, 기술 경쟁력이 확보돼 있으나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계속 지원이 필요한 곳과 경쟁력을 사실상 상실한 곳의 명확한 분리 작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