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꽃은 피고 담배는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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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타르 담배를 ‘피는’ 사람들은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고 주장한다.

아내가 바람 ‘핀다고’ 의심해 아내 두둔하는 장모 숨지게 한 60대 징역 15년형.

애연가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인체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에 이어 연말에는 담뱃갑에 경고그림까지 들어갈 예정이지요. 큰 폭의 담뱃값 인상 후에도 담배 소비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고 합니다.

첫째 인용문은 애연가들이 믿고 싶어 하는 내용인데요. 여기서 ‘담배를 피는’은 ‘담배를 피우는’으로 써야 합니다. 동사 ‘피다’는 목적어를 동반하지 않지요. 연꽃이 활짝 피었다, 회사 형편이 서서히 피기 시작했다, 장마철 습기로 천장에 곰팡이가 피었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인용문의 ‘바람(을) 핀다고’는 ‘바람 피운다고’로 고쳐야 합니다. ‘피우다’는 항상 목적어를 동반하는 동사인데요.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는 톱가수, 딴청을 피우는 개구쟁이들, 거드름 피우다 망신살 뻗친 의원 등으로 쓸 수 있습니다.

애연가들은 담배 한 대의 여유를 대체할 뭔가를 찾기가 힘들다고 하지요. 의학적으로 밝혀진 흡연의 폐해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와는 상관없이 담배 피우는 동안 긴장이 풀리고 짜증이 줄어드는 듯한 심리적 움직임에 더 크게 반응하는 거지요.

사람이 하는 다양한 행위를 살펴보면 이성보다는 감성에 따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투표 행위에서조차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학연이나 출신 지역 등에 더 좌우되니까요. 그러니 담배나 바람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더 힘들겠지요. 살다 보면 내 몸과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도 있을 테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존재입니다. 건강하지 않은 선택을 하고 싶은 순간 그런 나로 인해 슬퍼할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