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법안 119개 폭포처럼 쏟아내는 ‘反기업’ 20대 국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0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들에게 “규제법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규제폭포’ 같은 상황”이라며 작심한 듯 국회를 겨냥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5월 말 개원한 20대 국회가 지금까지 발의한 180개 기업 관련 법안 중 3분의 2인 119개가 규제 법안으로, 하루 2개 이상 등장한 셈이다. 경제단체 수장이 입법 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내놓긴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선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줄을 이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외국엔 없거나 제한적으로 운용되는 제도를 대거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한다지만,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보호 장치가 미흡한 국내 기업으로선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민주는 기업 정원의 3∼5%를 청년으로 채우도록 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도 발의했지만, 이 법의 원조 격인 벨기에 ‘로제타 플랜’은 숱한 후유증으로 진작 폐기됐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동시에 내놓았다. 2007년 이후 OECD 34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법인세를 내린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자는 것이다. 임직원의 최고 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하거나 근무시간 외 SNS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나와 있다. 하나같이 민간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과잉 입법이다.

국내 제조업 동력은 쇠진해가고, 신산업 부문도 남을 쫓아가기에 급급한 처지다.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는 변혁기에는 기업의 혁신 역량이 승부를 가른다. 있는 규제로도 앞길을 헤쳐가기 버거운 판에 새로운 지뢰를 무차별로 매설하면 기업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겠는가. 20대 국회는 국가 경제의 엔진 기업에 족쇄를 채우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