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안방에서 외면받는 國産헬기 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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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사랑받는 아이가 밖에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 19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세네갈 공군에 KT-1 기본 훈련기 4대를 공급하면서 국산 완제기(제작 공정을 완전히 마친 비행기)의 첫 번째 아프리카 수출을 이뤄내자 한 정부 관계자가 뭔가 아쉬운 듯 내뱉은 말이다.

세네갈 수출 성사로 전 세계 육대주 가운데 북미를 제외한 5개 대륙에서 우리나라 비행기를 볼 수 있게 된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는 물론 운용 기관, 국민적 관심 등 국내 성원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산 헬기 수리온 수출을 두고서는 정부나 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기 집에서 홀대받는 아이’라는 자조 섞인 한숨이 나온 지 오래다. KT-1 계열 81대, T-50 계열 56대 등 총 137대(약 34억 달러·3조8668억 원 규모)를 수출하면서 훈련기 제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집안 사랑’의 전통이 수리온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성능과 비싼 가격이 문제가 돼 2010년 싱가포르, 2012년 이스라엘 수출 협상에서 고배를 마신 T-50의 경우 120여 대에 달하는 우리나라 공군 수요를 기반으로 고등훈련기, 전술 입문기 등 다양한 파생형 개발로 활로를 찾았다.

KT-1 역시 정부가 195억 원을 들이는 등 추후 연구·개발(R&D)에만 400억 원이 투입된 끝에 기량 향상이 이뤄졌다. 공군이 100여 대를 운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수리온이다. 우리나라를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 국가 대열에 올려놓은 수리온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동남아·중남미·중동 20여 개 나라에 수출을 타진 중이지만 현재 일부 지방 소방본부 등 정부 기관의 외산 기종 선호 현상에 집안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규격 미달을 언급하는 홀대 논리는, 애초 수리온 자체가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목적성을 염두에 둔 만큼 소방용 헬기로 개량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리온은 이미 우리 육군은 물론 경찰청에서도 3대가 운용되고 있고 의무 후송 전용 헬기로도 개발되는 등 폭넓은 활용성을 인정받았음에도 궁색한 논리로 외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군용헬기 700여 대(세계 6위), 민·관용헬기 200여 대(35위) 운용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정부 기관이 교묘하고 궁색한 이유를 들어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 외산 헬기를 선호하고, 한편에서는 대통령이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을 부르짖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에서 푸대접받는 항공기를 미리 나서 수입해 줄 나라는 없다. 정부 기관들의 헬기 구매 논리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근평 경제산업부 기자 istandby4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