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이를 미녀로 만든 민아의 ‘매직’…“공심이여서 고맙고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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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극 ‘미녀 공심이’를 마친 민아는 여전히 바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인터뷰를 신청한 매체만 60곳이 넘기 때문. 중요한 건 ‘걸스데이 민아’가 아니라 ‘신인 배우 방민아’를 만나려 했다는 점이다.

‘미녀 공심이’는 반어적인 표현이었다. 취업준비생으로 거듭된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증까지 생겨 가발을 뒤집어 쓴 공심이는 결코 미녀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공심이가 진짜 미녀로 보였다. 외모가 아니라 그의 사람 됨됨이와 진실성이 시청자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는 민아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화려한 의상과 빈틈없는 메이크업, 피부톤을 한없이 맑게 해주는 조명판이 아니라 민아는 ‘공심이다운’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예뻐 보이려 해서 예뻐지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제 몫을 다할 때 예뻐 보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아는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미녀 공심이’를 훌륭히 끝난 민아는 더없는 미녀였다.

“제가 왜 칭찬을 받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냥... 공심이와 제가 잘 어울렸다고 봐주신 것 같아요. 혹시 드라마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컸는데, 좋게 봐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한편으로는 뿌듯하지만, 배우로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터뷰 때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민아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SBS로서도 ‘모험’이었다. 연기 경험이 일천한 ‘연기돌’이 과연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주말 드라마의 타이틀롤을 잘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이런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라마가 시작된 후 그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민아는 공심이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민아에게서 공심이의 모습을 봤고, 민아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연기로 승화시켰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일, 수십 명의 스태프가 지켜보고 베테랑 선배 배우들이 앞에 선 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아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거다.

“‘공심이스럽다’는 말이 가장 기뻤어요.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공심이로 보였다’고 말씀하실 때는 짜릿짜릿했죠. 예상 못했던 결과예요.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죠. 관련 기사의 댓글을 봐도 이렇게 칭찬이 많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공심이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아래서 화려한 무대 화장과 팬들의 함성 속에 무대에 서는 걸그룹의 멤버가 공심이가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민아의 말을 빌리자면 ‘목숨 같은 아이라인을 지우고’ 마치 맨몸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었으리라. 우스꽝스러운 가발은 당초 16부까지만 쓰기로 했으나, 시청자들의 지지가 높아지자 마지막회에 되어서야 벗을 수 있었다.

공심이를 내려 놓고 인터뷰 자리에 앉은 민아, 다시금 걸스데이의 민아다운 세련됨과 발랄함을 장착했다. 과연 그가 생각하는 ‘미인’은 무엇일까.

“미인의 기준이요? 음... 되게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공심이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공심이의 순수함에 집중했어요. 내적인 아름다움이 공심이를 진짜 빛나게 하니까요. 물론 연예인의 경우 외적인 부분까지 신경써야 미인이라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머니가 저를 키우시면서 ‘남에게 피해되는 일을 말고, 고맙고 미안한 일은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가 하셨어요. 이런 부분을 잘 챙겨야 정말 내면까지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미녀 공심이’에 출연하는 동안 민아는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정작 그는 손사래를 치며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배우로서 제대로 첫 발을 내디디면서 칭찬에 너무 들뜨지 않고, 비판은 무겁게 받아들이며 내실을 다진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그래서 또 다른 작품을 선택할 계획은 잠시 미뤄 두었다. ‘미녀 공심이’의 여운을 조금 더 즐기며 또 다른 연기를 선보일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겠다는 다짐이다.

“걸스데이로 활동하며 외모에 대한 여러 악플에 상처도 받아 봤어요. 이런 경험이 공심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연기를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연기에 대한 칭찬은 받을 때마다 ‘참 감사하다’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부담이 컸죠. 연기하는 것이 아직 제 옷을 입은 것 같지 않아서 어색하지만, 정말 매력있고 값진 도전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이미 정상급 걸그룹인 걸스데이의 멤버인 민아. 어느덧 7년차에 접어든 그지만 “최근 슬럼프였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마냥 좋던 신인 시절을 거쳐, 목표를 달성한 후 몰려오는 공허함과 걸스데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그의 어깨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맨몸으로 부딪혔던 ‘미녀 공심이’는 달고도 쓴 약이었다.

“‘미녀 공심이’를 하기 전까지 슬럼프 단계였어요. 무엇을 해도 힘들어 하고, 마냥 즐겁게 일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인 배우’ 민아로 활동하며 걸스데이 초창기 때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무언가에 엄청 집중하며 빠져들 때의 기억이 살아났죠. 덕분에 다시 열심히 뛸 용기를 얻은 것 같아 기뻐요. 이제 다시 시작이에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