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철 기자의 시네 비하인드>‘인천상륙작전’ 대박 나면 ‘땅을 칠’ 영화 있다

‘인천’ 붙을만하다 판단에
‘덕혜옹주’개봉일 앞당겨

‘부산행’도 상승세 기로에

지난 20일 올여름 기대작 중 한 편인 CJ E&M의 ‘인천상륙작전’(인천) 시사회가 끝난 후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후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자사에서 배급하는 ‘덕혜옹주’(덕혜)의 개봉일을 8월 10일에서 8월 3일로 한 주 앞당겼습니다. 인천이 생각보다 잘 안 나왔다는 판단에 덕혜를 바로 뒤에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 흥행은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죠.

이렇듯 CJ E&M,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지난해 매출액 순) 등 ‘빅4’로 불리는 국내 투자배급사들은 여름 시즌에 총 제작비 100억 원대의 대작을 내놓고 사운을 건 한판 대결을 펼칩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계에서는 극장가 최대 대목인 여름 시즌을 ‘여름대전’이라고 표현합니다. 7∼8월 두 달 동안 1년 총 극장 관객 수의 약 4분의 1인 5000만 명 정도가 움직입니다. 특히 ‘7말8초’에는 약 3000만 명의 관객을 놓고 영화보다 재미있는 흥행 ‘전쟁’이 벌어집니다.

초반부터 흥미진진하게 달아오른 올해 여름대전의 가상 시나리오를 써봤습니다. 20일 가장 먼저 포문을 연 NEW의 ‘부산행’(부산)은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7일 인천이 개봉하면 판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두 영화의 맞대결 결과가 이번 여름대전의 최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인천이 부산을 큰 차이로 누르면 부산의 ‘1000만 돌파’ 꿈은 물 건너가고, 인천이 급부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선 인천이 ‘개봉발’을 받아 부산을 앞서더라도 차이가 근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약 인천이 그저 그런 ‘반공영화’로 평가되며 초반에 주저앉을 경우, 부산은 자연스럽게 1000만까지 가고 8월 초 후반전이 별도로 치러질 겁니다. 또 인천이 중장년층 관객에 ‘바람’을 일으키며 치고 나갈 경우, 부산과 인천의 ‘쌍끌이’ 체제가 꾸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후반전 주자들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덕혜는 인천이 맥을 못 추고 주저앉기를 바라고 있겠죠. 그래야 ‘포식’을 한 부산의 바통을 이어받아 관객을 모으고, 그 힘으로 8월 10일 관객과 만나는 쇼박스의 ‘터널’을 압도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터널은 덕혜가 한 주 앞으로 빠져준 걸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맞는 재난 영화라는 자신감이 있긴 하지만 같은 날 붙어서 관객을 나누는 건 껄끄러우니까요. 터널은 나란히 개봉하는 ‘국가대표2’엔 별 신경 안 쓰는 눈치입니다. 그러다 큰코다칠 수도 있지만요. 27일 개봉하는 ‘제이슨 본’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여름대전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300만 명 정도의 고정 팬을 쥐고 있으니까요. 마지막 변수는 상영관을 얼마나 잡느냐입니다. CGV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CJ E&M과 롯데시네마와 같은 법인체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걱정이 없지만 터널이 가장 불리합니다. 국가대표2도 메가박스의 계열사인 메가박스플러스엠에서 배급하는 영화라 사이에 끼여 상영관 잡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래저래 재미있는 여름입니다.

대중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