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카페>곡률 불변의 법칙… ‘몸짱’과 ‘몸꽝’의 신체 총곡률은 같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jaewoo@

상구의 수학 여행 - ④ 각도

빈센트 반 고흐의 아름다운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는 새벽녘 요양원 창문을 통해 보이는 고요한 마을 위의 커다란 샛별을 비롯한 많은 별이 나타나 있다. 비록 오늘날 수학자들은 측량하는 일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 놓았지만, 원래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고 측량하는 일은 고대 수학의 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기하’라고 부르는 학문의 원래 뜻은 ‘땅을 측량하기’다. 땅 측량은 바다와 하늘의 측량으로 넓혀졌고, 일상생활의 바탕이 됐다.

지금은 길이나 넓이, 부피, 무게 등의 인위적인 기준이 정해져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지만, 사실 측정한 것을 수량화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축구공 모양 다면체

옛날에는 보편적인 기준이 없어 관측하고 측량한다는 것은 다른 것과 “양을 비교한다”는 뜻이었다. “내 몸무게가 얼마냐?”는 질문은 의미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내 몸무게와 다른 물체의 무게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질문이었다. 이때 비교해 얻은 값이 바로 단위가 없는 추상적인 ‘수’이다.

측량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는 각의 크기, 즉 각도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측자들은 각의 크고 작음에 따라 사물의 크기나 멀고 가까움을 판정한다. 각이란 “두 방향의 사이”를 뜻한다. 평면에서는 모든 방향을 다 모으면 커다란 원을 얻고, 공간에서는 모든 방향을 다 모으면 커다란 구를 얻는다. 각을 측량하기 위해 기준으로 삼는 단위에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게 있다.

고대 그리스의 유클리드는 직각을 기준으로 해서 다른 각들의 크기를 비교했다. 수직으로 높이 솟아 있는 오벨리스크는 시간과 계절을 알려 준다. 중국의 고분에서 발견된 그림에는 법(法)을 뜻하는 직각자(矩·구)와 컴퍼스(規·규)를 들고 천지를 창조하는 복희와 여와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하루를 1도로 삼고 온각을 360도라고 부르는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나 이집트인들의 입장에서는 직각은 90도이고, 온각은 4직각이다.

십진법을 옹호하던 프랑스혁명 당시에는 직각을 100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오늘날 수학자들은 평각(π·180도)을 기준으로 하는 단위를 주로 사용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평각은 삼각형의 내각의 합과 일치한다.

삼각형은 모든 도형의 기초다. 삼각형은 건축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강남역 출입구에서도, 공항에서도, 골프연습장에서도, 삼각형은 건물을 튼튼하게 받쳐 준다. 다른 도형과 달리 삼각형은 세 변에 의해 완전히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진기를 받칠 때에도 삼발이가 쓰이는 까닭은 일반적인 세 점은 항상 평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도를 제작하거나 심지어 자동차 껍데기를 만들 때에도 삼각형은 두루 쓰인다. 삼각법을 알면 땅의 넓이를 알 수 있고, 멀리 있는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삼각형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성질 중의 하나가 바로 “내각을 모두 더하면 평각을 이룬다”는 것이다. 갑을병 세 사람이 서로 다른 사람을 바라본 각을 모두 더하면 평각을 이룬다. 갑을병 세 별에서 다른 별을 바라본 각을 모두 더하면 평각을 이룬다. 그러나 각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평각 대신에 2평각인 온각(2π)을 사용했더라면 더 편리했을 거라는 생각도 널리 퍼져 있다. 플랑크 상수를 즐겨 사용하는 물리학자들이나 각종 표본을 조사하는 통계학자들도 이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 2평각을 원주율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제법 많지만,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습관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복희와 여와. 자와 컴퍼스를 들고 있다.

동양식으로 뒤집어 말하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고향을 떠나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던 어느 날 다면체에서 각을 측정하면 신기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보기를 들어 화학자들이 좋아하는 축구공모양 다면체를 보자. 이 다면체는 정오각형 열두 개와 정육각형 스무 개로 이뤄진 32면체인데, 한 꼭짓점에는 정오각형 하나와 두 개의 정육각형이 붙어 있다. 정오각형의 한 내각은 그 크기가 108도이고, 정육각형의 한 내각은 그 크기가 120도다. 그러므로 축구공모양 다면체의 한 꼭짓점에 모여 있는 각은 온각(360도)에서 12도가 부족하다. 이 휘어진 각, 즉 12도들이 모두 모여 둥근 다면체를 형성하는데, 데카르트는 어떤 다면체들이든지 휘어진 각을 모두 더하면 항상 두 온각, 즉 720도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믿는다면 ‘(12도)×(꼭짓점 수)=(720도)’라야 하므로, 축구공모양 다면체에는 꼭짓점이 모두 60개 있음을 알 수 있다.

화학자들은 이 다면체의 꼭짓점들에 탄소 예순 개를 두어 C60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 도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탁발승이자 수학자인 파치올리(1445∼1517)를 위해 그린 그림에도 있고, 케플러의 저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심지어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도 알고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후일에 오일러는 일반적인 네트워크에서의 현상을 설명하면서 데카르트의 발견을 계승했고, 오늘날 위상수학(topology)이 크게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 이런 개념들은 시공과 물질을 이해하려는 이론물리학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한편 다각형에서는 내각의 합, 즉 평각 대신에 외각의 합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바르다고 말할 수 있다. 삼각형이나 사각형뿐 아니라 모든 다각형에서 외각의 합은 항상 360도, 즉 1온각이다. 이 성질 덕분에 차량이 호숫가 둘레길을 한 바퀴 돌 때, 오른쪽 바퀴와 왼쪽 바퀴가 돈 거리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구멍이 없는 다면체에서 외각의 합은 항상 720도다. 구멍이 하나 있을 때마다 다면체의 총 외각은 두 온각씩 떨어진다. 이를 ‘외각 불변의 법칙’이라 할 수 있다.

곡면이나 공간에서 각을 측정하면 공간의 휜 정도를 알 수 있다. 구면에서는 삼각형이 세 개의 대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때 구면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평각보다 크다. 이 현상을 “구면은 양으로 휘어 있다”고 말한다. 가우스는 일반 곡면에서 곡률을 재는 법을 설명했는데, 구면의 경우 각 점에서의 곡률은 지름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가우스의 제자인 베른하르트 리만은 삼차원뿐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공간에서 곡률을 측정하는 법을 발견했다. 1854년 6월 10일 리만이 괴팅겐대학에서 한 강연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획기적으로 높인 사건이었다. 많은 문외한이 시공(時空, space-time)에 대한 이해를 아인슈타인의 업적으로 말하지만, 그는 시공이라는 개념을 듣고 처음에는 별로 공감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가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한 지 수년이 지나 아인슈타인의 대학교 수학 선생님이었던 민코프스키가 처음으로 시공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는 1908년 유명한 연설에서 “이제부터 공간 자체와 시간 자체라는 것은 단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그 둘 사이의 합일체만이 독립적인 실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만의 아이디어는 후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카르탕이나 독일의 바일은 미완의 일반상대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곡률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힘이나 가속도 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식하는 모든 물질은 시공을 벗어날 수 없다.

“선생님,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요?”

“상구야, 단디 듣거라. 시공은 모든 물질을 포함하고 있단다. 하지만 모든 것을 물질에서 찾으려 하지 마라.”

가우스, 베유, 천 등에 의해 더욱 발전된 ‘곡률 불변의 법칙’에 의하면 육체미가 대단한 사람의 총 곡률이나 비실비실한 사람의 총 곡률은 모두 같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풍선 효과’라고도 부른다. 한 곳을 눌러 평평하게 하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른다.

우리가 공간에서 대상을 바라볼 때에는 평면적인 각 대신에 ‘입체각’을 측정할 수 있다. 공간에서는 모든 방향을 다 모으면 ‘천구’가 된다. 관측자가 눈을 통해 보는 것은 천구의 일부분에 사영된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입체각이란 천구 전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 관측하는 대상이 천구에 맺은 상의 크기라고 할 수 있다. 팔을 뻗으면 보름달이나 태양은 모두 새끼손톱으로 가려지니, 이들이 천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만 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을 바라보면 그것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샛별만을 바라보면 그것이 아주 크게 보인다.

사람은 거울과 같아 좋은 것을 바라보면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것만 바라보면 나쁜 사람이 된다. (문화일보 2016년 6월 29일자 24면 3회 참조)

김홍종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