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들깨즙건강면, 고소한 들깨와 쫄깃한 면의 케미 … 저칼로리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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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식욕을 돋우는 들깨즙건강면에는 들깨 외에도 단호박, 호두, 은행, 표고버섯, 잣 등 몸에 유익한 식재료가 고르게 들어간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여름이 더운 것은 당연한데, 올해는 정말이지 유난히 덥다. 이렇게 여름철 흘리는 땀은 체내 수분 및 영양소를 함께 배출해 피로를 쉽게 느끼게 한다. 게다가 여름철 실내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로 면역력도 떨어진다. 여름이면 ‘기운이 달린다’며 보양식을 찾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여름 보양식은 대부분 고단백 육류나 생선이 주를 이룬다. 닭, 장어, 전복, 민어 등은 모두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재료다. 그런데 이런 재료로 만든 보양식에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바로 칼로리다. 가장 보편적으로 즐기는 삼계탕도 대표적인 고칼로리 음식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삼계탕 한 그릇은 677㎉이지만 찹쌀, 전복 등이 추가되고 김치 등을 함께 곁들이면 900∼1000㎉를 웃돌기도 한다.

이 때문에 체중관리 중이거나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염려하는 분들은 여름 보양식도 가려 먹는다. 경남 남해에서 농사를 짓는 우리 부모님은 평소에도 이런 고칼로리 음식을 잘 안 드신다. 노년기에 접어들며 “나는 이제 육고기가 입에 안 맞는다”고 하시더니, 최근에는 생선류도 잘 안드신다. 혈압, 콜레스테롤, 간수치 등에 이상이 생기자 주의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연세가 들면서 입맛이 떨어진 경우일 수도 있겠다.

지난주 부모님이 병원 검진을 위해 서울에 오셨는데, 초복 즈음이라 적당한 음식으로 무엇이 좋을까 궁리하다 고안해 낸 음식이 바로 ‘들깨즙건강면’이다.

더위에 지칠 땐 수분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식물성 재료 중 여러 영양소를 채우기에 들깨만큼 좋은 것이 없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들깨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면서 식이섬유와 칼슘,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E 등 영양소가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또한 먹었을 때 동물성 보양식보다 몸이 가볍고 실제로 칼로리도 낮은 편이다. 게다가 입맛을 잃었을 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국수만큼 적절한 음식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음식의 주인공은 ‘들깨즙’이지만 면 역시 중요하다. 면은 우리나라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로 만든 밀가루를 직접 반죽해 뽑았지만 시중에 파는 생칼국수 면으로 대체할 수 있다. 참고로, 앉은뱅이 밀은 기원전부터 우리 땅에서 자란 밀로 키가 60∼80㎝밖에 되지 않아 앉은뱅이 밀이라고 불린다. 키가 작아 비바람에 꺾이지 않고 병충해에도 강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키운다. 맛도 일반 밀보다 구수하고 소화가 잘 된다. 또한 앉은뱅이 밀은 전 세계의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발굴해 내는 ‘슬로푸드 국제본부’ 산하 ‘생물종 다양성 재단’에서 우리 토종 종자로는 처음으로 ‘맛의 방주 (Ark of Taste)’에 등재되기도 했다.

들깨즙건강면은 아들의 음식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이 단숨에 엄지손가락을 ‘척’ 올린 메뉴 중 하나다. 고소하고 따뜻한 들깨 국물에 쫄깃한 칼국수와 은은한 표고버섯향이 꽤 맛깔스럽다. 어른들이 워낙 좋아하는 맛이기도 하지만 호두 등 견과류가 들어가 아이들도 잘 먹는다.

초복에 삼계탕, 장어 등을 먹었다면 중복인 오늘은 들깨즙건강면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점심에 삼계탕을 먹은 경우 가벼운 저녁식사로 더욱 추천한다. 들깨의 풍부한 불포화지방산 중 하나인 리놀렌산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들깨 1컵, 들깻가루 1/2컵, 단호박 1/6개, 호두 4알, 표고버섯 1개, 은행 10알, 잣 1작은술, 호박씨 1/2작은술, 국간장 1과 1/2큰술, 물 800㎖, 다진마늘 1/2작은술, 칼국수 생면 16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들깨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믹서에 적당 분량의 물과 함께 넣어 곱게 간 다음 고운 체에 거른다. 찌꺼기는 버린다.

2 단호박은 껍질을 잘라내고, 호두도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 다음 손으로 살살 문질러 속껍질을 벗긴다. 둘 다 0.5㎝ 크기로 자른다.

3 표고버섯은 얇게 저며 썰고 은행은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살짝 볶아 속껍질을 벗긴다.

4 냄비에 손질한 단호박, 호두, 은행, 표고버섯, 잣과 국간장을 넣고 살짝만 간이 되도록 볶는다.

5 4의 냄비에 1의 걸러둔 들깨즙과 들깻가루 1/2컵을 넣고 중간 불에 저어가며 끓인다.

6 다른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넣고 끓어오르면 칼국수 면을 넣고 10초간 데친 다음 건져서 5의 냄비에 다진마늘과 함께 넣고 4∼5분간 끓인다.

7 칼국수 면이 익으면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하고 그릇에 담은 다음 호박씨로 장식한다.



조리Tip

1 들깨는 훌륭한 건강식품이지만 쉽게 산패하기 때문에 구입 및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구입할 때는 낟알의 크기가 고르고 갈색이 선명하면서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냄새를 맡아보고 산패된 냄새가 나지 않는지 확인한 뒤 구입한 후에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잘 보관할 경우 1년도 안전하지만, 되도록 한두 달 안에 소비하는 것이 좋으므로 소량씩 구입하도록 하자.

2 국수를 직접 뽑을 경우 밀가루 3컵, 물 2/3컵, 소금 1작은술, 식용유 약간을 넣어 반죽한 뒤 랩으로 감아 냉장고에서 1시간 이상 숙성한다. 숙성한 반죽은 덧가루를 뿌려가며 밀대로 민 다음 역시 약간의 덧가루를 뿌려가며 돌돌 말거나 여러 번 접어 적당한 굵기로 썬다. 참고로 이렇게 칼로 썰어 면을 뽑는 것을 ‘절면법’이라고 한다. 중국집에서 손으로 반죽을 늘려가며 뽑는 방법은 ‘납면법’, 냉면집에서 기계를 이용해 눌러 뽑는 것은 ‘압착법’이라고 한다.

3 면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넣는 것은 덧가루를 말끔하게 씻어내 깔끔한 맛을 내기 위함이다. 데친 면을 찬물에 헹궈 넣으면 더욱 쫄깃하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