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선생님, 행복한 학생>3박4일 동안 380㎞ ‘쌩~ 쌩’ 페달에선 사제의 情 ‘쑥~ 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금오공업고의 ‘자전거길 종주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22일 380여㎞ 대장정 도중 경기 남양주 북한강 철교다리 위에서 휴식을 취할 겸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오공고 제공

금오공고‘자전거 국토종주’

두 수레바퀴에서 사제의 정이 솟았다. 학생들의 마음은 부쩍 커졌다.

지난 24일 오후 7시, 땀에 흠뻑 젖은 채 지친 기색이 역력한 22명의 학생과 선생님들이 경북 구미시 공단1동 금오공업고에 모였다. 21일부터 3박 4일 동안 인천 서구 아라 서해 갑문부터 금오공고까지 무려 380여㎞의 자전거 종주를 방금 마친 뒤였다.

힘은 들었지만,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서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끝까지 해냈다는 생각에 모두의 표정만큼은 밝았다.

금오공고 1학년 이준범(16) 군은 “폭염 속에서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서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군은 “자전거 종주를 통해 선생님과 내 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새삼 깨닫게 됐다”며 “공정자동화과에 재학 중인 만큼 생산자동화 자격증을 따서 취업에 성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의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제동행 캠프·동아리’ 공모에 선정된 금오공고의 ‘자전거길 종주 프로젝트’는 국토 종주를 하며 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진로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4대강 자전거길과 제주도 자전거길을 따라 교사와 학생들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계를 새롭게 하는 좋은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도 역시 금오공고 1·2학년 학생 18명과 교사 4명이 인천 아라 서해 갑문을 시작으로 경기 팔당대교와 여주보, 충북 충주 탄금대, 경북 문경온천, 상주보, 구미보 등 3박 4일간의 자전거 여행을 거쳐 학교로 돌아왔다.

이형규(60) 금오공고 교장은 “경북 문경의 이화령 고개에서 학생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나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며 “자칫 안전사고가 날 수 있어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배웠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종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과 함께한 이성하(58) 체육 교사는 “교직 생활한 지 30여 년이 됐는데, 여전히 아이들과 무언가를 함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고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뜻깊은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따라오던 구급차를 타라고 권유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로 가겠다면서 밥도 먹지 않고 울더라”며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이 가장 멋있었다”고 강조했다.

금오공고 1학년 김현빈(16) 군은 “선생님과 일렬로 자전거를 타며 학교에서는 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선생님과 더 가까워지고 선생님이 평소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걸 느끼면서 선생님을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 군은 “종주를 하고 나서 근육 통증도 있고 체력적으로 한계가 와서 힘들기도 했지만 스스로 성숙해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며 “나중에 내가 아버지가 됐을 때 이번 추억을 떠올리며 자녀들과 함께 또 한 번 자전거 종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