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최악 상황’>“금융권 ‘조선업 대출 옥죄기’ 玉石 가려야”

부실위험에 만기축소 등
‘정상’ 삼성重·현대重까지
돈줄 막혀 위기 맞을 우려

은행권이 조선업 대출 만기 연장 기간을 축소하고 영업과 직결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꺼리는 등 ‘조선업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데 대해 우려가 일고 있다. 채권은행에 조(兆)원 단위의 자구계획을 제출하고 경영진단까지 받은 정상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도매금으로 취급해 부실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업종에 대한 시중은행의 리스크(위험) 관리가 강화되면서 정상기업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까지 ‘돈줄’이 막힐 위기에 놓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자구계획 제출 이후 각 채권은행에 1년짜리 단기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들은 ‘즉시 회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다. KB국민·신한은행에 이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특수은행인 NH농협은행까지 ‘자구안 이행 여부를 좀 더 지켜보겠다’ ‘8월 조선업 공동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판단하겠다’며 대출 만기를 연장하되 단위를 1년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NH농협은행은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회수하거나 당행의 상환요청이 있으면 즉시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은행들은 신규 선박 수주에 따른 RG 발급마저 꺼리고 있다. ‘수주 가뭄’ 속에서도 10척의 선박 수주 계약을 맺은 현대중공업은 2억5000만 달러(약 2818억7500만 원) 상당의 RG 발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손’을 내민 시중은행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관계자는 “RG발급을 못 해주겠다는 것은 기업에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채권은행 요청대로 강도 높은 자구안도 내놓고 경영진단을 받아 ‘건강하다’는 결과를 받았는데도 정상기업까지 STX조선해양이나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부실기업으로 묶으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만 집중해 정상기업까지 줄줄이 여신을 조이는 ‘쏠림 현상’이 벌어지면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정상기업까지 부실화되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