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합헌 이후>국회, 핵심 조항 통째로 날려 ‘반쪽 法’ 만들어

  • 문화일보
  • 입력 2016-07-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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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삭제하고
국회의원 부정청탁엔 예외두고


지난해 국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제정하면서 정부가 제출한 법안 내용 중 주요 부분 2가지를 수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출한 원안에서 국회의원 등의 민원 전달 부분을 부정청탁의 예외 조항으로 만들었고, 고위공직자의 가족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통째로 삭제했다. 이 때문에 애초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던 법 이름도 바뀌었다.

삭제돼 논란이 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공직자가 자신의 자녀나 친척의 채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 개발 정보, 투자 정보, 금융 관련 정보 등 각종 정보를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일 △공직자가 각종 단속 정보를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일 등을 금지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9일 “이해충돌 방지법이 김영란법의 핵심”이라며 “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지고 민간 부분만 포함돼 반쪽짜리 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는 “실제 적용에서 애매한 경우가 많이 생기고 법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진다”며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삭제했다.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해 놓고 정작 국회의원들을 뺀 것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계기로 반드시 손봐야 할 조항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선출직 공직자·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의 개정 또는 폐지 등을 건의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황정근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로부터 민원을 받는 행위가 걸릴까 봐 굳이 예외 조항을 만든 것”이라며 “이 같은 조항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형법에서 뇌물죄와 배임수재죄로 공직자와 민간인의 범죄를 달리 처벌하는 것과 달리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민간인을 같은 범주로 간주하는 데 대해서도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홍만표 변호사 법조 비리 의혹 등을 보면 전관 변호사도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 못지 않게 공공성을 가진 영역으로 보인다”며 “헌재가 민간 부분 적용이 합헌이라고 했는데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도록 민간 영역 적용을 확대할 것인지, 축소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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