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대가는 치르고 김치는 담그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쿠데타를 시도한 이들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며 사형제 부활을 시사했다.

열무김치는 잘 ‘담궈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숙성이다.

첫째 인용문은 터키 대통령과 관련한 기사의 일부입니다. 그가 요상한, 황당한 등의 수식어가 붙는 쿠데타가 진압되기 무섭게 가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사형제를 부활시키려 한다는 내용인데요. 여기서 ‘치뤄야’는 ‘치러야’로 고쳐야 합니다. ‘치르다’는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 무슨 일을 겪어 낸다는 뜻을 가진 동사인데요.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한다, 잔치를 치르고 몸살이 났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루다’나 ‘이루다’처럼 어간에 모음 ‘ㅜ’가 있는 동사를 활용할 때는 ‘루+어=뤄’가 돼 ‘다뤄／이뤄’로 활용되지만 ‘치르+어’는 ‘ㅡ’가 탈락하면서 ‘치러’가 됩니다.

둘째 인용문의 ‘담궈야’는 ‘담가야’로 고쳐야 하는데요. 김치·술·장·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서,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 둔다는 뜻의 동사는 ‘담그다’입니다. ‘담그+아’에서 ‘ㅡ’가 탈락하면서 ‘담가’가 되는데요. 어머니가 직접 담근 된장, 포도주를 담갔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담그다’는 때로 ‘담다’처럼 잘못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갓 담은 김치’가 그 예입니다. ‘갓 담근 김치’라고 해야 하는데 ‘담은’이라고 쓰면 그릇에 이제 막 담은 김치가 돼 버리지요.

김치는 잘 담그는 게 중요하지만 숙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누군가가 제대로 숙성시키지 못한 김치 맛을 본 다음에야 얻은 지혜일 겁니다.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는 듯합니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이든, 삶을 관통하는 깨달음이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 다음에야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게 세상 이치라는 걸 알 수 있지요. 경험해 보지도 않고 머리로만 아는 걸 자신의 지혜로 착각하며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