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영영 묻힐 뻔 했던 비리사건… ‘내부자 고발’로 세상에 공개

후스토 前 페트로사우디 이사
보너스 등 제대로 못받자 퇴사
관련 문서들 英기자에게 넘겨

자칫 어둠 속에 묻힐 뻔한 ‘원 말레이시아 개발(1MDB)’ 비리 사건이 햇빛 아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페트로 사우디에서 일했던 사비에르 후스토라는 스위스 금융가의 고발 덕분이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 최대 금융 스캔들의 속 이야기’ 제목의 장문 기사를 통해 1MDB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전말을 전했다. 금융서비스 회사를 운영 중이던 스페인계 스위스인 후스토는 1990년대 후반 타렉 오바이드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청년을 만나 친구가 됐다. 오바이드는 영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서 특별 자문관으로 일하는 형을 두고 있었다.

2008년 후스토는 오바이드로부터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사우디 국왕(2012년 1월 사망)의 7번째 아들인 투르키 빈 압둘라 왕자와 페트로 사우디라는 회사를 차리기로 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도움을 요청받았다. 후스토는 회사 설립 자금으로 3만 달러(약3300만 원)를 오바이드에게 빌려줬고, 이후 40만 파운드(약 6억 원)의 급여와 수백만 파운드의 보너스를 약속받고 페트로 사우디 이사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설립 당시 소규모 회사에 불과했던 페트로 사우디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연결되면서 급성장했다. 회사 공동설립자인 오바이드와 투르키 왕자는 2009년 8월 모나코에서 나집 총리, 그의 경제 자문인 조 로우를 만났다. 이 회동 몇 주 뒤인 9월 페트로 사우디와 1MDB는 25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후스토와 오바이드의 관계는 악화됐다. 약속했던 수당과 보너스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오바이드의 거만해진 태도도 후스토의 맘을 상하게 했다.

후스토는 2011년 3월 사표를 제출했지만 당초 약속됐던 650만 스위스프랑(약 75억 원)의 퇴직금 중 400만 스위스프랑밖에 받지 못했다. 이에 분개한 후스토는 페트로 사우디의 계약 문서 수천 장을 담은 디스크를 들고 회사를 나와 태국으로 떠났다. 이러한 경영진 내부 갈등이 1MDB 비리를 파헤치던 클레어 루캐슬 브라운이라는 영국 여기자 귀에 들어갔고, 후스토는 2015년 1월 자신을 찾아온 브라운에게 자료 일체를 넘겨줬다.

이 자료가 한 달 뒤인 2월 기사화되면서 1MDB 관련 비리가 세상에 공개됐다. 이후 세계 각국이 1MDB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실태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이에 페트로 사우디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보복에 나섰다. 후스토는 페트로 사우디 경영진을 협박한 혐의로 체포돼 3년형을 선고받고 태국에서 수감생활 중이며, 브라운은 1MDB 관련 문서 위조 혐의로 말레이시아 정부 체포 명단에 올라 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