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1단계 60.7원이 6단계엔 709.5원 ‘11.7배’… 구간별 50kwh 한시상향… 가구당 ‘찔끔’ 효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반발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단지 가구마다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뒤로 한 신호등이 전기료 폭탄을 경고하듯 빨간 표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개편 요구 들끓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고 11.7배에 달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살인적인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 불볕더위와 열대야에도 에어컨을 4시간 이상 가동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주택용 전기료 부과 체계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불만은 해마다 여름이면 제기됐지만, 계절적 요인이 매우 강력하게 작용하다 보니 그때만 넘기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당초 누진제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으나 현행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국민들의 불만에 올해 7∼9월 한시적으로 누진제 완화를 시행키로 했다.

박민철·박정민·유현진 기자 mindom@munhwa.com

1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전기요금 누진제는 1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한 1974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됐다. 경제 발전의 핵심축인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2차 석유파동 때인 1979년 누진제는 12단계로 나눠 최대와 최저 단계의 가격 차이가 최대 19.7배였다. 2004년 이후 현행 6단계, 전기요금 차이 최대 11.7배의 누진제로 개편됐다. 누진 단계는 월 100kwh 단위로 1단계(사용량 100kwh 이하), 2단계(101∼200kwh), 3단계(201∼300kwh), 4단계(301∼400kwh), 5단계(401∼500kwh), 6단계(500kwh 초과)로 구분된다. 전기요금이 가장 낮은 1단계에서는 kwh당 60.7원을 부과하고, 가장 높은 6단계에서는 kwh당 전기요금이 709.5원이다. 과도한 전력 사용을 억제하고 전기 소비량이 적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누진세의 취지다.

2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률은

한국전력 전력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6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은 65.31원/kwh로 집계됐다. 2009년 7월 66.39원/kwh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그러나 전기 도매가가 낮아져도 전기요금은 정부 승인을 받아 정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전기 소매가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총 46.4% 올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이 기간에 총 11.4%, 연평균 1.1% 인상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보다 훨씬 높게 76.2% 인상됐고, 연평균 인상률은 5.8%에 달한다. 가로등은 67.5%(연평균 5.3%) 일반용은 27.5%(연평균 2.5%), 교육용은 15.1%(연평균 1.4%)이다.

3 에어컨 사용때 전기요금은

주택용이 산업용보다 인상률이 낮은데도 서민들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사태가 빚어지는 것은 누진세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벽걸이 에어컨을 1일 3.5시간씩 1개월 사용하면 전력 사용량은 총 75.6㎾로 총 전기요금이 8만 원가량 나오지만, 8시간 사용하면 13만2000원, 12시간 사용하면 19만3000원, 24시간 사용하면 32만5000원으로 크게 뛴다. 스탠드형 에어컨을 같은 기준에 적용하면 3.5시간 사용에 14만5000원, 8시간은 32만1000원, 12시간은 47만8000원, 24시간은 무려 94만7000원까지 오른다. 특히 저소득층은 에너지효율이 높지 않은 구형 에어컨을 쓰는 경우가 많아 누진세 실제 체감도가 더 높아 ‘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 외국 전기요금과 비교하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전기요금과 비교하면 기본료는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주거부문 평균 요금을 100으로 놓고 보면 한국의 전기요금은 61에 불과하다. 그러나 누진세 때문에 실제 사용량을 대입하면 요금이 상당히 올라간다. 1단계(57.9원)와 최고 6단계(677.3원)간 단가차이는 11.7배에 달한다. 일본은 3단계 누진세를 적용하고 최저와 최고 등급 간 단가차이는 1.4배다. 대부분의 나라가 누진세 최저, 최고 단가차이가 2배를 넘지 않는다.

일본과 1대 1로 비교해보면 사용량 50kwh 기준으로 한국은 3445원, 일본은 1만6994원으로 무려 5배 가까이 높다. 400kwh까지는 한국이 6만9360원, 일본이 10만1557원으로 1.5배 높지만, 500kwh부터는 11만4580원대12만9612원으로 비슷해지고, 600kwh 기준으로는 한국이 19만1170원으로 일본 15만7668원보다 크게 높아진다. 실제 여름 평균 사용량으로 보면 체감 요금은 한국 소비자들이 높을 수밖에 없다.

5 정부 ‘한시적 완화’ 선회

정부는 지금까지 전력 소비량에 따라 1∼6구간으로 나뉘어 있는 전기 요금 누진제에 대해 개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름철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여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요금 구조상 최고 구간인 6단계(500kwh 초과)를 쓰는 가구는 전체의 4%(2015년 8월 기준)에 불과하고, 전체적으로 평균 340∼350kwh를 소비하는 4단계에 해당하는 가구는 평균 월 5만 원 정도를 낸다는 것이다. 또 누진율이 11.7배에 달해 징벌적 요금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행 누진제 상에서 주택용 전기에 대해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으며, 누진제는 평소에 적게 부담하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철 피크 시점에 예비율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수요 관리를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누진제를 완화하는 식의 제도 개편을 할 경우 정부가 나서서 여름철 전기 사용을 부채질하는 셈이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여름철 폭염과 함께 최근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는 등 제반의 여건이 변화했다. 국민들도 여름철 무더위에 무조건 에너지절약을 압박하는 전기요금 누진제에 불합리적인 부분에 대해 민란에 가까운 불만을 나타내자 정부는 기존 입장을 뒤집어 올해 7∼9월 3달간 누진제 6구간(각 구간 시간당 50㎾ 추가) 전체를 완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누진제 자체의 개편은 여론을 수렴 등을 거치는 등 장기적인 과제로 돌렸다.

6 전기요금 인하효과 얼마

정부의 누진제 한시적 완화 조치 전 올해 일반가정들의 ‘폭탄 전기요금’ 부담 우려가 컸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6단계로 나뉘어 있는 누진제 전기요금 구조에서 단가가 1단계에 비해 4.6∼11.7배 비싼 고(高)누진제 구간(4∼6단계) 요금을 부담하는 가정이 7월 580만 가구에서 8월 1007만 가구로 427만 가구가 늘었다. 올해는 8월 하루평균 기온이 지난해 8월에 비해 2도 가까이 오르면서 가정용 전력 사용량이 전년 동월 대비 10%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달보다 최대 500만 가구가 추가로 4∼6단계 구간의 적용을 받아 요금이 급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었다.

하지만 전 구간 누진제 완화 조치(각 구간 당 50kwh 확대)로 인해 전기요금 부담은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1단계의 경우 100kwh 이하에서 150kwh 이하로, 2단계는 101∼200kwh에서 151∼250kwh 등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2200만 전 가구가 요금 감면 혜택을 보게 된다. 가구별로 여름철 전기요금의 19.4%씩 낮춰지는 효과가 생기며 지원 금액도 42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로 가정마다 한 달 25시간 정도 에어컨을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7 예상 전력 예비율은

정부는 지난 7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8170만㎾ 수준으로 보고, 불볕더위 등 이상기온으로 인한 냉방수요 급증 시 최대전력은 8370만㎾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대비해 최대전력공급 9210만㎾를 확보하고, 최대수요 시 예비력을 1040만㎾ 수준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산업부는 이상기온으로 최대전력이 8370만㎾까지 증가할 경우 예비력은 840만㎾(예비율 10.0%)로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난 9일 8370만㎾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전력예비율이 5%대 수준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정부는 예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는 등 비상시 민간발전기를 가동하거나 전압조정 등을 동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8 정치권 대응 방안은

정치권도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 여론이 들끓자 본격적인 누진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철 누진제를 완화하는 ‘계절별 차등 요금제’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누진제 개편을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당은 앞서 누진단계를 6단계에서 4단계로 완화하는 한편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산업용·일반용에 대한 전기요금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누진제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우선 한시적 여름철 누진제 완화를 도입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개편은 장기과제로 돌리고 여론 수렴작업에 나섰다. 이에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 현행 최고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을 1.4배로 완화하는 법안(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고 단계라도 kwh당 요금이 85원 정도로 크게 낮아진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도 현재 6단계인 누진 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누진배율 역시 11.7배에서 2배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9 전기료 반환 소송은

한전의 주택용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전력 사용량이 최초 100kwh 이하일 경우 kwh당 59.7원의 전력량 요금을 적용하고, 500kwh를 초과할 경우에는 kwh당 677.3원의 요금을 적용한다. 주택용과 산업용으로 공급되는 전기는 같은데, 약관상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은 누진제 적용으로 인해 11배가 넘는 요금을 내야 한다. 기본요금에 적용되는 누진 금액까지 고려하면 총 전기 요금은 40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 약관이란 다수의 고객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계약서로, 일반 약관의 경우 고객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거부할 수 있지만, 전기는 한전이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거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인강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라고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10 소송따른 환급금은

이번 소송은 지금까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한 모든 전기 요금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2012년 8월 6일부터 2013년 11월 21일까지 누진제가 적용된 주택용 전기 요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반환받을 부당 이득금은 각 가정이 누진제에 따라 낸 요금에서 누진제 1단계를 적용했을 때의 요금을 빼면 된다. 소송 참여자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60만∼65만 원을 돌려받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구별로 다르지만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아파트 중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1500kwh인 소송 참여자의 경우 799만 원가량을 환급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인강은 “본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 소송 제기일 이전 10년 동안 발생한 전체 전기요금에 대한 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