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다 한입 두입… 밤마다 빠져드는 ‘음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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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올림픽 ‘야간 식이장애 증후군’ 주의보

밤늦게 먹는 습관 반복되면
달고 짠 음식 쾌감중추 자극
심하면 자다 일어나 먹기도

갑자기 끊게되면 ‘금단현상’
단 음식 집착 땐 채소 대체
병원 식욕억제제 처방 도움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면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야식을 찾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겹쳐 자연스럽게 밤늦게 음식물을 섭취하며 TV를 보기도 한다. TV에서는 요리를 만들거나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먹방·쿡방 프로그램’도 쏟아져 야식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밤늦게 먹는 습관이 반복되면 음식을 먹지 않고서는 잠을 이룰 수 없는 이른바 ‘야간 식이장애 증후군’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야간 식이장애 증후군은 잠자리에 들기 전은 물론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먹는 등 야간에 음식 먹는 횟수가 잦아지는 일종의 ‘음식중독’으로 볼 수 있다.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면 중독적 성향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달거나 짜고 기름진 음식은 쾌감중추를 자극하는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중독이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란과 상관없이 습관성 야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유태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장은 16일 “탄수화물이나 지방 등을 비정상적으로 과잉 섭취할 경우 비만과 당뇨,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열량·고지방·고나트륨’인 야식들=야식으로 즐겨 먹는 메뉴는 고열량·고지방인 경우가 많고 나트륨 함량도 높은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부대찌개의 경우 1회 제공량(600g)당 열량은 520㎉, 나트륨은 2664㎎, 탄수화물은 47g, 콜레스테롤은 83㎎에 달한다. 감자탕은 1회 제공량(900g)당 열량은 960㎉, 나트륨은 2631㎎, 탄수화물은 27g, 콜레스테롤은 454㎎이나 된다. 피자도 100g당 열량이 300㎉ 내외에 달하고 나트륨은 300∼700㎎ 정도로 높다. 치킨 껍질 역시 100g당 460㎉에 이를 정도로 열량이 많다.

식사 외에 추가로 먹는 이런 야식들은 탄수화물과 지방 같은 에너지원의 과잉과 나트륨 과다 섭취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탄수화물은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과잉 섭취하면 비만 위험이 높아지고 혈액 내 중성지방과 혈당이 증가해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위험을 키운다.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두 배 이상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과다 섭취하면 비만 위험이 커진다. 포화지방산이나 트랜스지방산을 과다 섭취하면 심·뇌혈관계 질환,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나트륨은 장기적으로 과잉 섭취하면 혈압 상승과 심근경색·심부전증 등의 심장 질환, 뇌졸중, 신장 질환 가능성이 커진다. 또 위암 발생 및 비만 발병률을 증가시키는 등 모든 원인의 사망률도 높인다. 보건복지부의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나트륨의 1일 충분 섭취량은 1500㎎(12∼64세 기준)이다.

◇‘야식 습관’ 단계적으로 바꿔야=야간 식이장애 증후군으로 음식중독에 가까운 상태라면 식습관을 단번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실제 미국 스크립스연구소는 베이컨·소시지·치즈케이크 등 지방과 열량이 높은 인스턴트 식품이 마약처럼 뇌의 쾌감중추를 자극함으로써 먹지 않고는 못 견디는 강박 섭식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야식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평소에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끼니를 거르면 이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허기를 채운 뒤에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규칙한 식사 후 폭식이 반복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야간 식이장애 증후군처럼 습관적으로 야식을 즐겨 먹던 사람이 갑자기 이를 끊을 경우 음식 섭취에 대한 강한 욕구와 허전함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금단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열량과 지방,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을 대체할 다른 음식을 섭취하면서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이를테면 단것에 집착이 강하다면 바나나나 건포도 등과 같이 당분이 높은 과일 섭취를 조금씩 줄이고 오이나 당근·셀러리 등의 채소로 대체하는 것이다.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면 닭튀김 대신 닭가슴살 샐러드나 두부·참치 등 기름기가 적은 단백질과 섬유질을 함께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국물 섭취를 줄이는 것은 과도한 염분 섭취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세로토닌의 활동을 만족시키면서 점차 먹는 양을 줄여 나가고, 나중에 야식을 중단한 뒤에는 아침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유태호 과장은 “본인 의지만으로 이겨내기 힘들면 병원을 방문해 식사일기를 바탕으로 전문가 진료 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폭식증이나 과식 행동을 보이는 경우 항우울제 등 전문의약품 처방을 통해 치료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