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힘못쓰는 넷플릭스·애플… 실패 요인은

  • 문화일보
  • 입력 2016-08-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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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콘텐츠 서비스업체
국내선 이용자 10만명도 안돼

자국콘텐츠 충성도 높은 한국
시장 글로벌화 전략 안 통해


“한국 시장을 너무 쉽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상륙한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지난 5일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사진)의 부진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190여 개 국가에서 81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 3000만여 곡을 보유하고 글로벌 유료가입자 1500만여 명을 자랑하는 애플뮤직이지만 이들의 한국 도전기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 외산 골리앗이 토종 다윗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모양새다.

애플뮤직은 조용히 사업을 시작한 것처럼 반응도 조용한 편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만 10세 이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분석한 결과, 8월 둘째 주 애플뮤직 사용자 수는 6만 명가량이었다. 국내 음원유통사 시장 점유율 1위인 멜론의 사용자가 같은 기간 291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애플뮤직은 3개월 무료 체험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호응은 낮다. 이에 대해 한 유력 음원유통사 관계자는 “시장조사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00명을 대상으로 음원 청취 패턴을 조사한 결과, 79.9%가 대중가요를 듣는다고 조사됐다. 미국 및 유럽 팝음악의 청취 빈도는 11.7%, 일본 팝음악은 2.3%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둘러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뮤직은 3대 가요기획사라 불리는 SM·YG·JYP 위주로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마쳤다. 아이돌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국내 이용자들이 “들을 음악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애플뮤직의 큐레이션(음원 분류)도 한계가 있다. 한국 노래를 ‘K-팝’으로 뭉뚱그렸기 때문에 발라드, 댄스, 힙합 등 장르별로 세분화된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타 음원유통사에 비해 불편하다는 평가다.

또한 만족할 수 없는 수익 배분도 창작자들이 애플뮤직과의 공급계약을 꺼리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애플뮤직은 국제 표준 규칙을 내세워 콘텐츠의 할인율을 창작자의 수익에도 일률 적용하는데 이는 창작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며 “또한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떠나 이용자들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리는 넷플릭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동안 “한국인이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최신 한국 영화는 지난해 5월 개봉된 ‘간신’이다. 역시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최신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도 없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지난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 월간이용자는 약 5만 명. 국내 유력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자 수가 250만 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경쟁 상대로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불안감을 느낀 넷플릭스는 6월 리드 헤이스팅스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헤이스팅스 CEO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주력하겠다”며 배두나 주연의 ‘센스8 시즌2’를 서울에서 촬영하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국내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에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태양의 후예’를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남미 등에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한 IPTV 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타국가와 비교해 자국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 넷플릭스나 애플뮤직은 이런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을 글로벌화시키는 것보다 그들이 현지화되는 것이 먼저”라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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