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인사청문회 답변에 경찰안팎서 거센 비난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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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단속 기강 서겠나 … 신분 숨기는 법 궁금”
“사면됐으니 문제없다? 靑 인사검증 한심하다”

23년 전 음주운전 사고를 냈을 당시 “부끄러워 경찰 신분을 ‘밝히지 못해’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해명한 이철성(사진)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철성 체제 경찰에서 앞으로 음주운전 단속이나 할 수 있겠느냐”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한 게 사실이라면 경찰의 수사 능력이 형편없는 것” “(이 후보자가) 사면됐으니 과거 전력은 문제없다는 청와대의 검증 수준이 한심하다” 등 경찰과 청와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일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1993년 사고 당시 경찰 조사를 받는데, 너무 정신도 없고 부끄러워서 신분을 밝히지 못해 징계 기록이 없다”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놔 야당에서 ‘자격 미달’이란 비난을 받았다. 한 일선 경찰관은 22일 “이 후보자가 경찰청장으로 취임한 뒤에 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징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는 “이 후보자가 청장이 되면 ‘현직 경찰이 음주운전을 해도 잘만 숨기면 징계도 안 받고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신분을 숨겨도 관계 기관에 간단한 자료 요청만 해도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가 경찰 신분을 감출 수 있었던 배경에 당시 조사담당 경찰관의 은폐나 공모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 후보자는 강원지방경찰청 상황실장(경감)이었다. 한 경찰관은 “공무원이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면 경찰 조사과정에서 신분이 밝혀졌을 텐데, (이 후보자가) 어떻게 숨겼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1995년에 이 후보자가 사면됐다고 음주운전 사고 전력을 문제 삼지 않은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 인사 검증은 우병우 민정수석실이 담당했다. 음주운전 사고 경력과 징계 회피 사실까지 알고도 그가 경찰 총수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 ‘우병우 체제의 민정라인’은 이미 검증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