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차 동의 보감>천문동차, 폐 촉촉하게 해 피부건조·변비 예방 … 암세포 증식·전이 억제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어제가 여름의 끝자락이자 더위가 점점 수그러져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였다. 처서를 지나게 되면 찜통더위를 만든 눅눅한 습기도 저 멀리 태평양 바다로 물러가 한낮에 부는 바람 속에서도 가을의 청량한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습기가 물러간 초가을 하늘의 태양은 더욱 강렬해져 매섭게 내리쬔다. 그 덕분에 추수를 앞둔 황금빛 벼와 추석 제사상에 오를 과일들은 속이 알차게 익어가겠지만, 항상 촉촉하게 일정 정도의 수분을 유지해야 하는 인체의 호흡기 입장에선 열기로 인해 더욱 건조해진 공기가 불청객일 뿐이다. 그 때문에 다른 환절기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즈음에 마른기침과 가래 같은 증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럴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천연식물이 바로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속(屬)인 천문동(天門冬)이다. 천문동의 천(天)은 인체의 상부이자 외부의 공기가 드나드는 폐(肺)에 작용함을 뜻하고, 문(門)은 문(·차조)과 동음으로 식물에 찰기(점성)가 있음을 뜻하며, 동(冬)은 겨울로 약성이 한(寒)함을 뜻한다.

즉 천문동은 성질이 차면서도 점성을 지니고 있어 열기(熱氣)와 조기(燥氣)가 함께 섞인 공기로 인해 약해진 호흡기·폐에 작용해 열기를 식혀주면서 진액을 보충해준다. 비유하면 폐에 천문동은 에어컨이자 가습기인 셈이다.

체내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게 잘 유지되면 피부와 대장, 신장기능도 향상된다. 피부와 대장은 발생학적으로 그 기원이 같아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피부가 되고 안으로 말려든 부분이 위장관이 된다. 천문동으로 인해 촉촉해진 폐는 피부와 대장에 수분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되어 피부건조와 건조성 변비(노인성 변비)도 예방한다. 체내 수분을 조정하고 여과하는 신장에도 여유가 생겨 골수를 튼튼하게 하는 자양강장(滋養强壯)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한 천문동은 항암작용이 있는 각종 배당체와 사포닌, 아스파라긴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한다. 주로 폐암, 유방암, 유선암, 림프구성·골수성 백혈병에 보조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으며, 특히 (악성이 아닌) 양성의 유방암과 유선암 치료에 효과가 좋다. 방사선에 대한 보호 작용도 있어서 방사선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폐섬유화, 폐렴 등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천문동을 이용할 때는 끓는 물에 삶거나 쪄서 껍질과 가운데 하얀 심(芯)을 제거한 후 볕에 쬐어 말리거나 약한 불을 쬐어서 말린다. 국산이 중국산보다 뛰어나지만 재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맛이 너무 쓰고 역한 냄새가 난다면 하품이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차로 마실 때는 하루 8∼16g을 2ℓ의 물이 3분의 2 정도가 될 때까지 달여서 복용하면 된다. 꿀을 넣고 달여서 고(膏)를 만들거나 분말에 꿀과 송진을 더해 환(丸)으로 만들어 복용하면 훨씬 더 밀도 있게 복용할 수 있다.

유창석 차서레시피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