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비타민과 섬유질 등 김치의 영양을 듬뿍 담고 있는 김치밥은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며 입맛이 떨어졌을 때 다른 반찬이 필요없는 한 그릇 음식으로 제격이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사계절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김치는 말 그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김치는 2006년 미국의 건강전문잡지 ‘헬스’에서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은 바 있다. 이 매체는 김치를 ‘비타민과 섬유질뿐 아니라 소화를 향상시키는 유산균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함께 선정된 음식이 스페인의 올리브오일, 그리스의 요구르트, 일본의 콩요리, 인도의 렌틸콩인 것을 보면 김치를 건강한 채소발효식품으로 인정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겨울을 앞두고 김장을 하는 풍습이 있다.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김치가 아닌 김장이 등재된 것은 김치를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본다는 의미다. 채소를 오랫동안 먹기 위해 소금에 절이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 조리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김장을 위해 1년을 준비하며 주위 사람과 함께 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지역별로 또는 각 가정의 입맛따라 김치를 담그는 방식과 맛은 모두 조금씩 달라도 봄에는 해산물로 젓갈을 담그고, 여름에는 소금을 준비하고 배추 등을 심으며, 가을에는 고추를 말리고 빻는 식으로 연중 김장을 준비하는 것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늦가을에 가장 적당한 날을 잡아 김치를 담근다. 이때 이웃집으로 가서 김장을 도와주는 품앗이 풍습도 있었다. 아니면 멀리 사는 가족까지 모두 모여 김치를 담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면서 담근 김치를 서로 나누어 가져가기도 한다.
월동준비를 하며 축제처럼 즐겼던 김장이 점점 드물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즘은 김치가 먹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종류를 선택하고 결제만 하면 다음날 집으로 배송이 된다. 이렇게 편한 시스템이 좋기도 하지만 음식을 공부하고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후손들은 김장 문화를 경험하고 지킬 수 있을까, 지역별로 다양한 김치가 있는데 이런 김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장김치의 ‘대표선수’는 배추김치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으로 버무리는데 지역에 따라 이 양념이 다르기 때문에 맛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내 고향인 경남 남해는 젓갈을 많이 넣어 맵고 짜게 김치를 담갔다. 주변에서 젓갈을 흔하게 구할 수가 있고 따뜻한 기온에 김치가 쉽게 시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치를 전용으로 보관하는 냉장고도 있고, 짜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간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다.
반대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젓갈이나 고춧가루를 적게 이용하고 과일을 많이 이용한다. 과일을 넣은 김치는 숙성하면 그 맛이 굉장히 시원하고 깔끔하다. 흔히 과일로 맛을 내는 김치가 동치미, 백김치, 보쌈김치 등이다. 또한 사찰의 경우 김치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반찬인데, 김치를 담글 때 가을에 수확한 배, 사과, 홍시를 갈아서 양념에 활용한다. 이렇게 담은 김치는 젓갈을 넣은 김치보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배추김치는 찌개, 전, 볶음, 전골, 찜 등 우리나라 다양한 요리에 두루 활용한다. 맛있게 익은 김장김치 한쪽이면 한 끼 밥상은 뚝딱 차릴 수 있다. 그중 이번 주에 소개하는 메뉴는 김치밥이다.
김치밥은 본래 북쪽 황해도 지역에서 흔히 만들어 먹었던 음식인데 예전에 어머니가 할머니께 배운 음식이라며 내게 가르쳐 주셨다. 지난가을에 담은 김치가 아직 냉장고에 있다면 신맛이 강해서 김치밥을 만들어 먹기 딱 좋다. 특히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한 그릇 음식으로 제격인 데다 밥을 지을 때 김치와 양념만 조금 더하면 되기 때문에 만들기도 매우 수월하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인분 기준)
쌀 2컵, 콩나물 50g, 김치 100g, 쇠고기 100g, 물 2컵(조금 남김), 쇠고기 양념(간장 1큰술, 다진 파 1작은술, 다진 마늘 1/4 작은술, 깨소금 한 꼬집, 후춧가루 조금, 참기름 1작은술)
만드는 법
1 쌀은 깨끗이 씻어 30분 이상 불려 놓는다. 콩나물도 깨끗이 씻어 둔다.
2 묵은김치는 양념을 가볍게 털어낸 다음 송송 썰고, 쇠고기는 결 반대로 채 썰어 분량의 쇠고기 양념으로 밑간을 한다.
3 냄비나 솥에 콩나물, 쇠고기, 김치, 쌀 순서로 켜켜이 담고 물을 붓는다.
4 이때 밥물의 양은 쌀의 95% 정도로 개량해 붓는다. 불린 쌀이 겨우 잠길 정도가 적당하다. 만일 불리지 않은 쌀이라면 쌀의 1.2배를 넣어서 밥을 짓는다.
5 불 조절이 중요한테 센 불에 1분, 중불에 2분, 약한 불에서 13∼14분 정도 끓인 다음 불을 끄고 약 2∼3분간 뜸을 들인다.
6 밥이 완성되면 예쁘게 그릇에 담아낸다.
조리Tip
1 김치솥밥은 콩나물, 쇠고기, 김치, 쌀 순서로 넣어서 밥을 지으면 밥이 잘 타지 않는다.
2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해물로 대체 가능하며 콩나물 대신 버섯류나 시래기를 활용해도 좋다. 가을철에는 시래기를 볶아서 바닥에 깔고 밥을 하면 더욱 맛이 좋다.
3 약간의 청주, 식용유, 다시마를 넣고 밥을 지으면 밥맛이 좋아진다.
4 밥이 설익었다면 밥에 젓가락으로 구멍 몇 개를 내서 청주를 뿌린 다음 뜸을 다시 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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