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갓난아이에게 새 생명… 지속 가능한 원조 싹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케냐 키암부주 카베테군에서 전북대병원 장진원(맨 오른쪽) 내과 전문의가 16년 동안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한 전신마비 환자의 치료를 위해 코리아 에이드 앰뷸런스를 이용해 이송하고 있다.

한국형 원조현장 阿 르포

동아프리카 3國 6000명 혜택
전신마비 40代 여성에게 희망
16년만의 외출… 재활치료도

“아이를 잃는 줄만 알았어요…. 일주일 전에도 보건소에 왔는데 약을 구할 수가 없었거든요.”

지난 15일 오전 10시 동아프리카의 빈국 우간다 음피지주(州) 카멩고군(郡)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 유일한 의료시설인 부토로보건소에서 나물리 이타리에트(29)라는 이름의 여성 품에는 두 눈이 풀린 채 손발이 축 늘어진 생후 9개월의 아이가 안겨 있었다. 호흡부전 등 전형적인 폐렴 증상이었다. 그녀는 “3주 전부터 아이가 고열과 기침에 시달려 보건소에 약을 받으러 왔지만 약이 동나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생사의 문턱에 있던 아기를 살린 것은 한국 의사의 손길이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자원봉사 중인 전북대병원 김진규 소아과 전문의는 긴급하게 아기를 진찰하고 의약품을 처방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아기는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나물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질병에 익숙하고 죽음에 무뎌진 최빈국의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 캠프를 차리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개발협력프로그램 코리아 에이드는 현재 우간다·에티오피아·케냐 등 동아프리카 3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동식 의료서비스(K-Medic)와 함께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를 대상으로 문화(K-Culture) 및 음식(K-Meal) 등의 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때 지속가능성이 없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거나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문화 및 식생활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동식 의료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바른 식생활 교육·위생교육·질병교육 등으로 현지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변형해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누적 수혜인원이 6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실제 코리아 에이드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선 제법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7월에는 에티오피아 서남부 도시 짐마의 사베라는 작은 마을에서 진행된 코리아 에이드를 통해 패혈증을 앓고 있던 생후 45일 된 갓난아이가 응급진료를 받고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케냐 키암부주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40대 여성이 한국 의사의 도움으로 16년 만에 외출을 하고 재활치료를 받은 뒤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 글·사진 김다영 기자 dayoung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