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우리銀 민영화, 더 失機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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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경영학

우리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돼 예금보험공사가 절대적 경영권을 갖게 된 것이 어언 16년 전이다. 특수은행도 일반은행으로 전환해 민영화하는 마당에, 정부가 시중은행의 최대주주로 오랜 기간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지원과 관리를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와 분식회계 등으로 정부의 일반 기업 관리 시스템은 허점을 드러냈다. 정부 관리하의 우리은행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을 정상으로 분류했던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2010년 들어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에 돌입한 우리은행은 그동안 4번의 매각 실패를 경험했다. 매각 실패가 우리금융지주라는 큰 덩치 때문이라고 여긴 정부는 지방은행과 증권 및 계열사를 우선 분리 매각해 몸집을 줄였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증권, 자산운용과 보험 등을 인수해 수입원을 이자이익에서 비이자이익으로 확대해 나가는데 우리은행은 반대로 간 것이다. 대주주인 예보의 증자 참여 불가, 감사원 감사, 국정 감사 등도 우리은행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정부는 1인의 투자자에게 매각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겨 공적자금 회수금액을 극대화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은행(銀行)의 경영 안정성 유지와 책임경영이라는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산업자본은 배제됐고 금융자본은 경영권이 매력적이지 못했다. 정권 후반에 접어들어 초읽기에 들어간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정부 보유 지분 중 30%가량을 다수의 투자자에게 4~8%씩 나눠 매각하는 분리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과점주주에게는 사외이사 1명씩의 추천권을 주어 경영 참여 길도 열어 줬다. 과점주주들이 협력만 잘하면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를 장악해 행장도 선임할 수 있는 구조다.

과점주주에 분할 매각한다는 방침이, 독자 인수에 부담을 느꼈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점주주 형태의 집단 경영 체제라는 은행 지배구조는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과점주주들의 의견 조율이 안 되면 여전히 정부의 입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예보는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 정상화 양해각서(MOU)를 즉시 해지해 정부가 은행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없앤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보유 지분 없이 은행 경영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마당에, 매각 후에도 2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정부의 통제가 없다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나머지 지분의 구체적 매각 일정도 밝혀야 할 것이다.

정부의 선정 과정에서 은행주주로서의 적격성 문제 등 가격 이외 다른 지표와 기준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자본 규제로 배당 지급 여력이 낮은 것도 투자자들의 기피 요인이다. 매각 후 지주사 체제로의 복귀 지원 등을 통해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 배당 여력을 늘려 줘야 할 것이다. 남아 있는 정부 지분이 감사 등 정부 개입의 빌미가 되지 않게 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

현 이광구 행장의 임기를 통상적인 3년에서 2년으로 짧게 정한 데도 임기 전에 우리은행 민영화를 완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마침 우리은행의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이번에 실기(失機)하면 민영화는 요원해질 것이고 정부의 민영화 의지도 의심받게 될 것이다. 나약해진 경제 체질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서라도 경제의 핵심에 있는 은행이 시장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민영화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