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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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 논설위원

줄여 부르는 이름도 시절 따라 달라진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만 해도 2004년 노무현정부가 추진할 땐 ‘고비처’로 줄여 불렀더랬다. 이젠 ‘공수처’란다. 이 한마디도 엄밀히 따져 두 군데가 정확하진 않다. 첫째, ‘고비처’의 원래 이름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였다. 하지만 조사와 수사, 그러니까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거기가 거기여서 크게 문제될 것 없다. 둘째, ‘공수처’도 글쎄…,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동발의한 법안 제3조는 ‘공수처’ 아니라 그냥 ‘수사처’로 줄이고 있다.

공수처 신설 논의는 ‘과거, 2012년으로의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를 내걸어 ‘상설 특별검사제’를 통해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고, ‘특별감찰관제’로써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의 부패를 방지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이에 맞서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공수처였다.

박 대통령의 상설 특검·특감 공약은 2014년 3월 18일 함께 제정·공포되고 그해 6월 19일 함께 시행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및 ‘특별감찰관법’에 의해 법제화했다. 이젠 그 맞은편의 공수처 차례라는 게 여소야대 정국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인가. 야 2당 발의안은 더 내디뎌 공수처 위상을 특검 그 훨씬 위로 높여 잡고 있다. 제9조에 따르면 처장과 차장 휘하에 20인 이내의 특검을 두게 된다. 이 점에서도 공수처는 ‘특특검’ 최신 브랜드답다.

이 브랜드의 총 26개 조 가운데 유심히 또 세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은 뒷부분인 제18조(수사권의 발동), 또 거기의 맨 뒤 제3호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수사 요청이 있을 때’다. 그러니까 국회의원 30명만 작당하면 못 흔들 고위공직자가 없(게 된)다. 직전 제17조에서 ‘정치적 중립 및 직무상 독립’을 다잡았지만 글쎄…. 다른 의원 30명 이상이 마뜩잖고 거북한 상대편 인사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지 못할 것 없다. 이어 제19조의 기소법정주의는 공수처 재량권도 묶고 있다. 이래저래 독립은커녕 여야 내지 정파 간 ‘수사 정쟁화(政爭化)’가 악순환할 숙명이다.

그렇다… 제18조 제3호, 이 조항이 행세할 공수처라면 어차피 국회 무대 위 ‘창과 방패 춤판’일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