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代 “쉽게 취직한 부모세대가 우리를 무시”… 세대갈등 격화

이은희 인하대교수 게시글 분석

과거엔 문화적 인식 차이서 발생
요즘은 ‘경제적 문제’가 주원인
피해의식 커… 일자리 분배 필요

극심한 취업난 속에 20대 청년들은 ‘486세대는 공부도 안 하고 시대를 잘 타고나 취직한 주제에, 자기들보다 학벌·자격증 등 소위 스펙(자격조건)이 훨씬 뛰어난 우리를 무시한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20대가 ‘시대의 희생양’이 됐다는 피해의식을 느끼면서 세대갈등도 더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소비자정책교육연구’에 발표한 논문 ‘20대 청년세대의 고민과 경제문제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서 2015년 7월부터 9월까지 ‘스펙업’ ‘취업대학교’ 등 20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인터넷 게시판 5개에 올라온 청년 세대의 고민 관련 글 7822건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20대들의 주요 고민 키워드는 ‘힘듦’ ‘포기’ ‘걱정’ ‘후회’ 등이었고,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은희 교수는 “요즘 20대는 학자금 융자는 기본이고, 취업을 위해 사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청년세대의 자립이 늦어지면서 50대인 부모 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이는 부모와 자녀 간 세대갈등으로 번지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대들의 피해의식이 486세대에 대해 반감으로 전환되면서 세대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게 이 논문의 분석이다. 취업 경험을 이야기하는 20대의 글 중에는 지원자를 주눅 들게 하는 40대 면접관의 고압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이 교수는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1980∼1990년대에 대학을 나온 486세대는 대학 시절 내내 데모하고 토익 시험 한 번 보지 않아도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무슨 죄를 지어서 이 고생을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스펙이 한참 떨어지는 선배 세대가 자신들을 면접하면서 모멸감을 주는 언사를 한다거나, 취업해도 경제난으로 인해 계약직을 벗어나지 못하는 20대의 처지를 40∼50대들이 조롱하고 무시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486세대가 우리에게 갑질을 한다’는 피해의식이 청년세대 사이에 깊이 박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과거의 세대갈등은 주로 문화적 차이에 기인했지만, 요즘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갈등 양상이 훨씬 격렬하고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 저소득층 근로자들을 위한 근로장려금 확대, 정년연장법과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세대와 중장년층의 일자리 분배,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확대 등으로 청년세대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