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마약 수요者 처벌·치료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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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6-08-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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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단 50여 일 만에 마약 용의자 1779명이 사살됐다. 멕시코에서도 2006년 마약 소탕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약 1700여 명이 사살됐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40여 명의 전·현직 시장이 갱단에 살해됐다. 비단 필리핀이나 멕시코뿐만 아니라,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마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이들 나라의 골칫거리가 그저 바다 건너 남의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마약 사범 20명 미만 국가를 뜻하는 ‘마약청정국(淸淨國)’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마약청정국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마약 사범은 1만1916명이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6876명이 검거됐으니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5000명이 넘을 수도 있다.

사법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이처럼 마약사범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약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마약은 국내 생산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약 사범의 증가는 해외로부터 마약 유입이 그만큼 늘었다는 증거다. 과거처럼 마약 조직이 선박이나 항공기를 통해 대량으로 밀수하던 ‘소수에 의한 대량 밀수’에서, 국제우편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통해 소량의 마약을 들여오는 ‘다수에 의한 소량 밀수’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마약 사범 5명 가운데 1명이 우편으로 마약 배달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마약 공급 루트가 중국 위주에서 일본과 동남아시아, 멕시코 등으로 다양해졌다. 마약청정국 유지를 위한 실효적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한 이유다. 마약은 ‘중독’이라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마약으로 인한 2차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 공동체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인터넷 마약 거래를 막기 위해 인터넷을 항상 감시하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특히, 마약 거래는 주로 해외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대한 직접적인 감시나 통제를 통해 마약 사범을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해외로부터 마약이 물리적으로 유입되는 것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종래처럼 공항과 항만에서 마약을 탐지할 수 있는 탐지견이나 탐지 장치를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단속 방법을 발굴하고 탐지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공급자만 단속한다고 해서 마약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수요가 있는 한 어떠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공급자는 나타나게 마련이다. 수요를 없애야 한다. 마약을 단 1회라도 구매하거나 복용한 경우에는 예외 없이 처벌하는 무관용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물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 20여 병원이 마약중독자에 대해 무료치료를 하고 있으나, 그 예산은 연간 1억 원도 안 된다. 마약 복용자를 아무리 단속, 검거해도 마약사범이 줄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적 공조와 첩보 역량을 강화해서 마약 관련 범죄 집단의 동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공항이나 항만의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마약사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마약중독자 재활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우리나라가 앞으로도 계속 마약청정국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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