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 “日 전쟁史 알면 현재의 동북아 정세도 가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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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외 전쟁’ 출간한 역사학자 김시덕

“일본 근대 전쟁사라면 국내 독자들에겐 좀 낯설 겁니다. 사실 일본인들조차 잘 모르던 역사니까요. 그러나 남을 알아야 우리 자신도 알 수 있고, 옛것을 거울삼아 지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6~19세기 일본의 대외 전쟁사를 통해 현재 어지러운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 김시덕(41)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소 교수의 연구 영역은 독특하다. 그는 고려대 일문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국립문헌학연구소인 국문학연구자료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이를 토대로 2010년 12월 31일 일본어로 된 ‘이국정벌전기(異國征伐傳記)의 세계’를 출간했으며 이듬해 30년 넘는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을 받아 국내외 학계를 놀라게 했다. 40세 미만의 젊은 학자에게 주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이 상을 받은 건 김 교수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2015년 한국 동방문학비교연구회가 주는 ‘석헌학술상’까지 받아 한·일 양국 학계에서 나란히 연구성과를 인정받았다.

책은 ‘이국정벌전기의 세계’의 한국어판이다. 사실 일본의 ‘이국정벌사’는 우리의 호기심 밖일 수 있다. 오키나와(沖繩) 일대를 지칭하는 유구(琉球) 열도와 홋카이도(北海道)·사할린·쿠릴 열도를 뜻하는 에조치(蝦夷地)에 관한 정벌의 역사는 그 지역의 이름만큼이나 낯설고 거리감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 유럽의 문헌까지 샅샅이 뒤지면서 숨겨진 전쟁사를 밝혀내고 또 한국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김 교수의 뚝심과 분석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관련 문헌연구에 있어서도 그는 단연 최고다.

김 교수는 “임진왜란을 기록한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이 일본에 전해져 17~18세기 널리 읽혔으며 이후 일본의 전쟁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면서 “심지어 이순신 장군은 빼어난 전략과 전술로 일본에서도 영웅시됐다는 점을 알게 되면 대부분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설명했다. 책은 ‘전쟁문헌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일본 근대 문학과 역사를 재정립하고 있다. 일본 내 고문헌을 고찰함으로써 일본이 벌인 침략전쟁들이 ‘정당한 전쟁’으로 재생산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은 내 연구의 출발점이다. 당시의 전쟁사를 통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문헌들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다뤘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