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맥주 맛, 환골탈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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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차장

올해 설립 140주년을 맞은 일본 맥주의 자존심인 삿포로 맥주는 한국 맥주의 출발이기도 하다. 1876년 개항 이후 국내에 처음 들어온 맥주가 삿포로이다. 최근 일본 전역의 6개 공장 가운데 한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규슈(九州) 공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알려졌다시피 아사히와 함께 삿포로는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시장을 맹렬히 공략하고 있다. 쌉싸름한 맥주 맛과 함께 인상적인 것은 맥주 공장의 친환경적인 면모였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모든 쓰레기를 100% 재활용하고 있었다. 보리 껍질은 소의 사료, 페트병은 직원 유니폼, 맥주 효모는 위장약으로 개발해 쓰는 식이다. 눈에 보이는 깨끗하고 정갈한 공정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후 뒤처리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돋보였다.

최근 접한 또 하나의 맥주 소식은 지난 12일 개막한 북한의 ‘평양 대동강 맥주 축전’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는 등 핵·미사일 무장을 가속하는 와중에 외신을 부르고 외교사절을 초청하는 가하면, 대대적인 매체 홍보까지 하며 맥주 홍보에 나선 속내는 사실 뻔하다.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그들의 표현대로 인민의 삶이 안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속셈일 터이다. ‘한국 맥주는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한 외신 기자의 촌평으로 유명해진 대동강 맥주를 북한이 역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니 흥미롭기도 하다. 외화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수출 히트 상품으로 띄우고 싶은 욕심도 엿보인다.

북한이 ‘히든카드’로 꺼낸 맥주의 경쟁력은 눈을 멀리 돌릴 필요도 없이 중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과 영국의 합작으로 맥주 공장이 들어선 칭다오(靑島)의 칭다오 맥주는 이미 거대 맥주 회사로 성장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칭다오 맥주는 하이네켄, 코로나, 케이지비, 밀러 등에 이어 세계 맥주 시장에서 6,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칭다오 맥주가 매년 여름에 여는 게 맥주 축제인데 유명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북한이 아마도 여기서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단편적 관찰이지만 또 한편 변화무쌍해 보이기도 하는 동북아 맥주 시장의 흐름은 전체 주류 시장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맥주 시장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국산 맥주 시장은 이미 탄산주와 함께 수입 맥주가 맹위를 떨치면서 판도가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수입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2.8%에서 지난해에는 8.4%까지 뛰었다. 밋밋한 맛의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산 맥주는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맥주 사업에서 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부가 곧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 생산능력 확대, 가격 규제 완화 등을 뼈대로 공청회를 거쳐 맥주 산업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이곳저곳 도사리고 있는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고 연구·개발(R&D)도 촉진해 ‘맛의 진보’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맥주 제조업체들도 미약한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으니 지원할 게 있으면 과감히 도와야 한다. 국산 맥주의 맛이 일취월장하면 삿포로, 칭다오 등에 손이 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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