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인원 부회장 자살>‘롯데 모든 것’ 아는 20년 家臣… 그룹 지키려 극단 선택 ?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텅 빈 포토라인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26일 오전 9시 30분 출석할 예정이었던 서울중앙지검 로비에 포토라인이 설정돼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 檢출두 직전 자살 왜

총수일가 보좌·그룹 총괄관리
2인자로 모든사안 꿰뚫고있어

유서 내용도 억울함 토로대신
신동빈회장 등에 충성심 표해

정책본부 차원 비리 발견돼도
오너 지시 물증 잡기 어려워져

이인원(69)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26일 오전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법조계 및 재계에 따르면, 신격호(94) 총괄회장을 거쳐 신동빈(61) 회장까지 20년 넘게 오너 일가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하며 이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이 부회장이 오너 일가 특히 신 회장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의 직책을 감안하면, 검찰에 나와 ‘하나도 모른다’고 잡아떼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말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그의 처지가 극단적 선택의 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지 않고 사라지면 정책본부의 비리가 일부 발견되더라도 검찰이 ‘오너 일가의 지시에 따른 조직적 경영비리’로 결론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발견된 이 부회장의 유서에서도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선택에 앞서 작성한 유서에서도 억울함을 토로하는 대신 그룹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오너 일가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이다.

검찰 수사 상황도 이 부회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혐의는 발견했지만, 신 회장의 경영비리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은 신 총괄회장의 경영비리는 어느 정도 입증했다.

신 총괄회장이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74·구속 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7) 씨 모녀에게 편법 증여해 6000억 원가량을 탈세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구속 사안이 분명하지만, 검찰은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신 총괄회장을 구속 기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신 회장의 경우는 다르다. 신 총괄회장을 구속하지 못하게 된 검찰의 타깃은 자연스레 신 회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자신만 입을 닫으면 적어도 신 회장은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의 수장으로서 수사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자리는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직접 보좌하는 것은 물론, 90여 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하는 막강한 자리다.

비자금 조성, 계열사 부당 지원 등 검찰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롯데 경영비리를 모를 수 없는 자리다. 이런 경영비리에 대한 검찰의 고강도 추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심리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여 년간 롯데 2인자 자리를 지키며 거의 모든 사안을 꿰뚫고 있는 등 오너 일가에 비견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